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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Sep 02. 2023

#2 퇴사를 망설이는 그대에게

바보같이 <그냥> 그만두지 말기


약속해요
<그냥> 그만두지 않기로!!  




10년 넘게 함께 근무했던 후배를 만났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새로이 신설되어 원장으로 지원했던 차였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

그리고 한 2도쯤 톤다운된 말을 통해

결과를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머뭇거리다가

입을 닫았다.

그녀는 충분히 지쳐 있고

그리고 아플 테니까...




그다음 날 출근길에 전화가 왔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물어왔다.

나는 뭐부터 말해 주는 게 좋을까? 하고

3초 정도 생각했다.

3초의 시간이

굉장히 짧은 시간 같지만,

철옹성 같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충분한

15초의 TV광고를 보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님이 생각났다.




후배는 잔뜩 기가 죽어 있었다.

의례적으로 지금 전화통화

괜찮으세요? 하는

인사치레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였다.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지원을 하려면

꽤나 절차가 까다롭다.

원장의 공신력과 경영능력 등을 검증함은 물론

무슨 꼬투리를 잡아볼까? 하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10명 이상의 정책위원들 앞에서

숨 막히는 ppt발표를 해내야 한다.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너무 장황해도 너무 심플해도,

너무 불분명한 단어도 너무 똑 부러지는 단어도 아닌

그 어딘가의 말로 스피치 해야 한다.


누군가는 원장지원 당락 결정사유가

경제력이나, 경력이 부족해서

또는 원장의 전문성이 애매모호해서 등

여러 가지 의견을 내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스피치' 스킬에 있다고 본다.(물론 100% 스피치만 중요한 건 아니다.)


스피치는 맛있게 준비한 음식을

'어떤 그릇에 담아내는가'라는 것이다.

똑같은 음식(원장)인데

투박한 옹기그릇(스피치)에 담으면

시골밥상의 그것이 되고,

세련된 프랑스 접시에 담으면

고급 레스토랑을 경험하게 된다.

움푹한 볼에 담으면

집에서 먹는 비빔밥의 재료 정도가 되고

도시락에 담으면

소풍 때 꼭 필요한 준비물이 된다.

오랜만에 냉장고를 털어 김밥을 만들어 보았다.

그 후배는 스피치라는 그릇을

잘못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요즘 음식의 재료(원장의 공신력등)와

음식의 맛(여기선 원장의 자질로 하겠다)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그럼 자신의 음식을

어떤 색깔의 어떤 모양의

어느 정도의 양을

어떤 용기에 담을 것인가

그것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적당한 용기에 담는다는 것이

사실 생각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적절한 용기를 볼 안목이 필요한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후배에게 간곡히 말했다.

지금 있는 현장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올리라고

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

(그것이 상위 학력 취득을 위한 공부던 스피치 청강이던)을

십분 활용하라고



직장은 돈만 버는 곳이 아니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안 되는 것, 더럽고 치사한 복지를

탓하기 전에 좀 더 영리하게

좀 더 약삭빠르게(조금 부정적 언어인 듯하나

딱이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이곳에서 무엇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어떤 성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의외로 찾아보면 조직이 나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혜택이 많다.


혹시,

나는 무작정 홧김에

(물론 여러 고민이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결정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직장을 때려치울 결심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 번만, 다시 한번만 더

나의 든든한 백이 되는

직장을 이용해 보자

그 순간!

돈벌이 수단만 되었던 직장은

제법 근사한 나의 지원군이 되고

힘이 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있는 곳에서

꽃을 피워야 할 이유이다.

꽃을 피우고 그리고 열매가 맺을 때쯤

그때가 퇴사의 기회이다.

좀 더 자신을 아끼는 여우 같은 그대가 되길

(물론 열매를 맺을 정도로 영글면

조직에서 쉽게 그대를 놓아주지 않을지도...)

 



실패는 조직에 속해 있을 때 많이 해보자

그 실패는 더 이상 실패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성공으로 가는 길의 한 과정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말이다.


퇴사를 망설이는 그대여

홧김에

성장 없는 <그냥> 그만두기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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