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크리스마스 선물
"아빠, 오늘 피아노 학원 옆에 있는 찐빵 가게에서 찐빵 사 먹었는데 찐빵이 아빠 얼굴보다 컸어요."
"정말? 그렇게 컸어?"
"정말이에요. 내기하실래요?"
"아들, 요즘 자꾸 내기를 하자고 그러네. (…) 그래 좋아. 내기하자. 이번에는 아빠가 이겨도 안 봐줄 거야."
"아들, 이번엔 뭘 걸 거야?"
"제가 지면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 절반 드릴게요. 제가 이기면 그만큼 아빠가 돈 주세요."
(나는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래. 알았어. 이번에는 진짜 받을 거야. 내일 아빠가 찐빵 사 올게."
"그래요. 꼭 받으세요. 저도 자신 있어요."
(나는 이때라도 눈치를 챘어야 했다.)
(…)
"아들, 찐빵 사 왔어."
"봐봐. 아빠 얼굴이 더 크지?"
"네. 그럼 제가 돈 드릴게요."
"그래. 아빠가 이번엔 정말로 받을 거야."
"네, 그러세요."
(…)
"여기요. 정확히 반으로 나눴어요."
"아니야. 괜찮아. 이제는 자꾸 내기하자고 하면 안 돼. 내기는 좋은 게 아니야."
"아니에요. 받으세요."
"괜찮아. 아빠가 받아서 뭐 하게."
"필요한 거 사면되죠."
"아빠는 필요한 게 없는데."
"그래도 드리고 싶어요."
"왜?"
"제가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설마 제가 그것도 모르겠어요. 아빠 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빙 돌려서 그런 거예요."
(…)
"고맙다, 아들.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네."
(끝내 아이가 이겼다. 나는 이기고도 졌고 아이는 지고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