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쉰두 번째 밤_욕심
"아빠, 이거 하나만 사주시면 안 돼요?"
"그래 사고 싶으면 하나 사. 괜찮아."
"그런데 아들, 그거 꼭 가지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뭐라도 하나 사고 싶은 거야?"
"그럼 사면 안 되는 거예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아이의 실망한 표정을 보며 지금껏 아이의 욕망을 선택적으로 수용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의 좁디좁은 방 한편에 아이를 가두어 버린 것은 아닌지 미안하고, 무서워졌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욕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간절한 바람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습니다. 하지만 선한 욕망과 악한 욕망을 구분하려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서 아이는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율아, 어떤 아이가 있었대. 그런데 그 아이는 돈만 있으면 곧장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려가 장난감을 사거나 과자를 사 먹었대. 그래서 아이의 아빠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대."
‘이 돈을 줄 테니 오늘 다 써도 좋아. 다만 돈을 하나도 쓰지 않으면 내일 두 배로 줄게. 내일도 쓰지 않으면 다음날은 세 배로 줄 거야.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야.’
"아이가 어떻게 했을까?"
"돈을 쓰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
"다음 날 돈을 더 많이 받고 싶어서요."
"언제까지 그랬을까?"
"계속이요."
"그럼 처음부터 돈은 필요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저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습니다. 제가 정해놓은 틀 속으로 아이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생각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생각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욕심이 없으면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면서도 욕심이 과하면 다른 사람의 노력을 빼앗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저것도 어차피 모든 것이 욕심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욕심이 적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점점 더 진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아빠는 어릴 때 어땠어요? 장난감 사달라고 떼쓴 적 없어요?"
"없어. 아빠는 한 번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어."
"왜요?"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저는 어릴 적부터 욕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욕심보다 포기가 더 쉬웠기 때문입니다. 욕심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포기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내 것’이었으니까요.
'그래, 적어도 나는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았어.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어'라고 위안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선을 넘지 못하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가지고 싶은 게 없었어.")
저는 아직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거짓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