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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Apr 20. 2023

민들레처럼

대화의 즐거움_#37

#37 민들레처럼


"아빠는 어릴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아빠는 특별한 꿈이 없었어.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지금처럼."


"왜요? 평범한 게 왜 아요?"

"좋았다기보다는..."


(...)


"생각해 보니 맞네. 아빠는, 평범한 게 좋았어."

"진짜요?"


"응, 맞아. '장래희망이 뭐야?'라고 누가 물으면 우물쭈물하다 작은 목소리로 '그냥 회사원이요' 그랬어."

"특별한 게 더 좋지 않아요?"


"아니. 아빠는 그럴 수만 있다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하루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아빠는 그런 게 좋아. 늘 같은 내일, 내일 같은 모레. 뻔하고 재미없는 거."


"아빠, 평범한 건 어떤 거예요?"

"율아, 저 민들레는 어때?"


"평범해요."

"?"


"여기저기 많이 피어 있잖아요?"

"평범한 건 특별하지 않은 거야?"


"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렇지. 맞는 말인데, 아니라는 게 맞다는 건 아니니까. 뭔가 뜻이 필요하지 않을까."


"뜻이요? 잘 모르겠어요."

"그럼 우리끼리 정해볼까."


"아빠부터 해보세요."


(...)


"아빠는, 평범함이란 저 민들레처럼 햇살의 따뜻함과 바람의 시원함을 느낄 줄 아."

"저는, 평범함이란  민들레처럼 서로닮은 것."


"우와 멋진데."

"아빠도 멋져요."


"율아, 우리가 보내는 평범한 하루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에 빚을 지고 있는 거래.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짊어지고 있는, 민들레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


(...)


"아빠, 여기 민들레 예뻐요."


(아들, 듣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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