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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Aug 28. 2023

짐의 무게

대화의 즐거움_#42

#42_짐의 무게


"아들, 공부하는 거 힘들지? 요즘 초등학생은 너무 바쁜 거 같아."

"네, 조금요. 그래도 저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바쁜 편도 아니에요."


"재미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기는 어렵겠지. 공부라는 건 어찌 되었든 견뎌야 하는 일이니까."

"아빠도 항상 공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하시잖아요."


"'어려우니까 재미있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겠지. 항상 어렵고 간혹 재미있을 테니까."

"아빠는 언제 알았어요? 어려우니까 재밌다는 말."


"아빠도 공부하는 동안에는 이해하지 못했어. 그 말."

"그럼 언제 알았어요?"


"언제가 처음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지난번에 해남에 갔을 때 있잖아."

"언제요?"


"대흥사에 걸어 올라갈 때 네가 아빠한테 매달려서 걸어갔잖아. 걷기 힘들다고. 그러다가 엄마가 불러서 엄마한테 갔잖아."

"네. 기억나요. 그래서요?"


"네가 가고 갑자기 몸이 너무 가벼워지니까 잠깐 비틀거렸어. 그때 문득 알겠더라. 그게 무슨 말인지."

"어떻게요?"


"지금껏 아빠가 무겁다고 생각했던 짐이 지금의 아빠를 지탱하는 벽이기도 하다는 걸. 아마도 이 무게감이 없었더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러니까 짊어진 짐이 무겁다고 쉽게 내려놓으면 안 되겠다는 걸. 하늘도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니까."

"아빠, 제가 무거워요?"


"응. 많이 무거워^^. 근데 무거워서 좋아. 율아, 공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공부가 어렵지 않다면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 헤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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