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대의 마음을 토닥이는 위로의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러라고 그래, 그냥 내버려 둬’ 이런 위로의 말은 잠깐 동안의 현실 도피일 뿐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마치 힐링영화처럼.
현실은 쉼 없이 닥쳐오고 있는데 ‘힘들면 잠시 쉬어도 돼’, ‘그래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기회는 또 있을 거야’ 이렇게 마음을 위안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될 텐데.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 더 묻지 않을게.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걸까. 언젠가부터 뼈를 때리는 말들이 넘쳐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다’, ‘현실을 회피할 수는 있어도 현실을 회피한 결과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등등. 참 많다. 이런 말들은 분명 현실을 대면케 한다. 인생은 실전이고, 실전은 냉엄한 것이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나는 요즘 이러저러한 분야의 사람들이 사이다 발언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며 갈증을 느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누군가를 일깨우는 솔직함과 부탁하지 않은 무례함의 경계는 어디일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고 지켜봐 줄 수는 없는 것일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이 정말로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현실을 대면하기 두려운 것일 뿐이다. 그 두려움이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고, 현실을 회피하게 하고,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가르침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이다.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건 결국 자신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