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말도 진심을 담아서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13 열세 번째 밤

by 샘비

#13 열세 번째 밤_뻔한 말도 진심을 담아서


“아빠,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

“아빠는 용서해 줄 수 없어.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럼 누가 해요?”

“아빠에게 잘못한 게 아니잖아. 아빠가 용서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너는 ... 너를 용서할 수 있니?”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의 잘못에 지나치게 엄격했던 것 같다. 아주 작은 잘못에도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곤 했다. 아니, 작은 잘못일수록 더 엄격했다. 살면서 누구나 몇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그런 뻔한 말들이 아이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지금은 이게 나의 최선이다.


나는 언제나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너의 잘못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사람도, 네가 끝까지 속일 수 없는 사람도 너야. 너는 언제나 너를 보고 있잖아. 아빠는 네가 바르지 않은 선택으로 자신을 불안에 빠뜨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어떤 모습일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리지 말았으면 해. 지금 이 시간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네, 아빠. 기억할게요.”


그러나 잔소리의 유효기한은 그리 길지 않다. 세월이 겹겹이 쌓인 뻔한 말이라서 그런 걸까. 오늘도 아이의 얼굴을 보며 뻔한 말을 시작한다. 진심을 담아서.


“아들, 잘못을 했다는 부끄러움은 스스로 견뎌야 해. 정말 많이 부끄러워야 해. 아빠도 예전에 그랬어. 누군가에게 잘못을 용서 받을 수는 있지만, 잘못을 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자괴감이나 수치심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 아빠는 지금도 여전히 괴로워. 그때 그 감정이 자꾸만 떠올라서 말이야. 아빠는 부끄러움이 바른 길을 걸어가게 해 줄 거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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