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충분히 잘했어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14 열네 번째 밤

by 샘비

#14 열네 번째 밤_오늘도 충분히 잘했어


“아빠, 내일은 더 잘할 수 있겠죠?”

“…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오늘도 충분히 잘했어.”

"아니에요.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망설였다. 답이 정해진 질문이라는 것을, 나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질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아이가 내일이라는 미지의 시간을 기대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내일은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내일은 더 행복할 거야’ 따위의 기대가 '오늘의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일에 기대어 오늘을 버티고 있다는 감각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오늘의 내가 거짓처럼 보였다. 기대의 감정 속으로 걱정이 밀려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기대는 궁색했고 걱정은 막연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오늘의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일을 위해 살아가기보다는 그저 오늘을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싶다.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삶이라고 말하면 말장난이 되려나.


내일을 어찌 알겠는가. 내일은 오늘의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인 것을.


"아빠, 내일은 더 잘할 수 있겠죠?"

"아들, 아빠는 아들이 내일을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아빠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요?”

“때론 그러지 못할 때도 있지만 아빠는 오늘의 내가 제일 좋아.”


어디에선가 ‘내일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오늘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통스러워야 하니까.


다만 오늘의 나를 불완전한 존재로 여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의 삶이 맺은 열매이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