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구석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읽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다. 서 있는 사람도 있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웃는 아이도 있고 우는 아이도 있다. 나의 눈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묶고 나눈다. 사람들을 묶고 나누며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다.
프랑스의 인지과학자 조르주 비뇨의 책 제목처럼 인간은 '분류하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같음(동질성)'과 '다름(이질성)'의 경계 짓기를 통해 '나'와 '우리(세상)'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류는 '배제'와 '차별'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같음과 다름을 음미하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다. 날 선 오감과 축적된 경험을 통해 같음과 다름을 음미한다는 것은 존재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차를 마신다. 향기를 맡고 맛을 보며 차에 어울리는 책과 음악을 생각한다. 권진아의 노래 <뭔가 잘못됐어>(2020)를 들으며 박현수 시인의 시집 <사물에 말 건네기>(2020)를 읽는다. 차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천천히 오래오래.
사람은 같음과 다름을 음미하며 존재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러니 '분류하기의 유혹'을 두려워하지 말자. 세상을 경계 짓는 자신의 눈을 두려워하지 말자.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다시 사람들을 바라본다. 모두 서가에서 책을 뺐다 꽂았다 손길이 바쁘다. 자기와 생의 한 바구니에 묶일 책을 고르고 있는 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