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3 세 번째 밤

by 샘비

#3 세 번째 밤_때론 시간에 기댈 수밖에 없다


“끝났다. 이제 그만 잘까.”

“아빠, 이 영화는 끝이 조금 이상해요.”


“뭐가 이상해?”

“뭔가 다른 이야기가 더 있을 것만 같아서요. 다음 이야기가 또 나오려나 봐요.”


“그럴지도 모르지. 시간은 흐르고 삶은 이어지는 거니까. 기다려보자.”


아이에게는 모른 척 대충 둘러대고 말았지만, 나 역시 결말 이후의 이야기가 매우 궁금했다. 남겨진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흔한 말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나는 어릴 적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천장지구>와 같은 홍콩누아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영화의 결말이 주는 허무가 견디기 힘들게 근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가 모두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삶, 삶의 의미를 채워줄 누구도 남아 있지 않은 현실, 그런 현실을 살아가야만 하는 남겨진 이들. 그런 텅 빈 감각이 참 좋았다. 인생이란 저런 것이 아닐까 하는 치기 어린 생각을 하곤 했었다.


저마다의 삶이 기적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도, 남겨진 이들이 견뎌야 하는 삶의 깊이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였다.


“살다 보면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때가 있어. 그런 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의미 없게 느껴지지. 영화에서는 그런 빛의 순간을 잘라서 보여준 거야.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흘러가야 하잖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삶도 지속되는 것이고. 또 다른 빛의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


만남과 헤어짐, 머묾과 스침은 모두 시간 속에 있다. 삶 이전의 삶도, 삶 이후의 삶도 시간 속에서 연속된다. 무엇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과정을 살아갈 뿐이니까.


그러니 때론 시간에 기대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쩌다 깨닫게 될 빛의 순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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