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4 네 번째 밤

by 샘비

#4 네 번째 밤_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아빠, 잘못하면 어떻게 해야 해요?”

“반성하고, 책임지고, 약속하고.”


아이의 물음에 무심코 답해버린 말이 있다. 잘못을 했을 때는 반성과 책임과 약속,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둘째, 자기 잘못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


아이가 이 말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어찌되었든 이날 이후로 반성과 책임과 약속은 우리 집의 규칙이 되었다.


아이는 내 삶이 느슨해질 때마다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곤 했다.


“아빠도 잘못했으니까 반성하고 책임지고 약속하세요.”

“미안해 잘못했어. 그리고 다음에는 더 조심하고 더 신경 쓸게.”


“어떻게 책임지실 거예요?”


문제는 책임이었다.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더 나아진 내일을 약속하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성이나 약속과 달리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임의 강도나 방식은 잘못에 대한 반성과 약속의 진정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결코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책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은 더 이상 책임이 아닐 테니까. 아이는 상처 받은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그림을 그렸으며, 편지를 썼다. 그걸로 충분했다.


“아빠는 어떻게 책임을 지면 좋을까?”

“제가 바라는 걸 들어주세요. 그게 뭐든지.”


내가 판 함정에 내가 빠졌다.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 어찌되었든 약속은 지켜야 한다. 때론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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