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5 다섯 번째 밤
#5 다섯 번째 밤_그런 게 운명이야
“아빠, 오늘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왜? 오늘이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 거야?”
“네.”
“어떤 기분이야? 설렘, 걱정, 아쉬움?”
“그냥 슬퍼요. 집에도 마음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걸 생각하면 울고 싶어져요.”
이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 녀석의 마음을 어떻게 지켜주어야 할까. 먹먹하고, 막막한 밤이다.
내일은 이삿날이다. 십 년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이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는 자기의 첫 집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내색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나눈 공간 아니 하나의 장소를 이제 기억하고, 때때로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 본다.
“어릴 적에 살던 동네에 가본 적이 있어. 집은 그대로였는데 어쩐지 너무 멀게 느껴지더라. 기억 속에서는 참 가까웠는데.”
첫 집의 의미를 생각한다. 내게 첫 집은 경주의 ‘모화’라는 마을에 있는 어느 방직회사의 이층짜리 사원 아파트였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반쯤 섞여 있는, 지금은 나쁜 기억보다 불편한 기억이 조금 더 많은 그런 곳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색될지 모르겠지만.
1985년 겨울, 그곳을 떠나야 했을 때 나는 새장 밖으로 날아가 버린 작은 새와 냇가에서 잡았던 개구리와 하루밖에 살지 못한 새끼 토끼를 기억했다. 그리고 작은 새는 엄마를, 개구리는 아빠를, 토끼는 누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도, 지금도 선명하다.
공간은 의미를 알아보는 사람의 것이다. 공간에 의미가 새겨질 때 그곳은 하나의 장소가 된다. 아이에게 첫 집이 어떠한 기억의 덩어리로 엉겨 붙게 될지, 그 기억 속에서 나는 또한 어떠한 파편들과 함께 하게 될지 궁금하다. 아이와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을 새긴다.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다.
“수십 년이 흘러도 너는 첫 집을 배경으로 한 꿈을 꾸게 될 거야. 주어진 건 바꿀 수 없는 거니까. 그런 게 운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