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누구의 몫인가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23 스물세 번째 밤

by 샘비

#23 스물세 번째 밤_어둠은 누구의 몫인가


"율이는 친구가 괴롭히는데 왜 가만히 있었어?"

"아니에요. 괴롭히지 않았어요."


"그렇게 보이던데."

"그렇다고 같이 싸울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아빠는 그럴 때 참지 말았으면 좋겠어. 잘못은 배려해 줄 수 없는 거잖아."


나는 어릴 적 욕심보다 양보와 배려와 희생을 먼저 배웠다. 양보와 배려와 희생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르며, 욕심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칠되었다. 양보와 배려와 희생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누군가의 희생으로 지탱되는 사회라면 망해버려도 좋지 않을까? 그냥 이대로 사라져 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자문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누군가의 희생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는 않은가? 희생이 강요되는 상황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희생과 역할과 책임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착한 마음이 악용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희생은 언제나 약자에게 강요되었다. 우리를 위해 이번 한 번만 희생해 줄 수는 없겠느냐는 악마의 속삭임을 똑똑히 기억한다.


"아들, 무엇도 너보다 중요하지 않아."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함께 즐겁고 싶어요. 그게 더 좋아요. 조금만 참으면 되잖아요."


나는 바람직한 사회라면 누구의 희생도 필요치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비정상을 지탱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이 자발적 희생이라고 할지라도.


어둠은 빛의 그림자이다. 빛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떼어낼 수가 없다. 누군가 빛이 드리운 어둠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면, 어둠은 누구의 몫이 되어야 할까?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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