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말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34 서른네 번째 밤

by 샘비

#34 서른네 번째 밤_사람을 살리는 말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잘했어, 아들. 고맙다."


"뭐가요?"

"'고맙습니다' 말이야."


"그게 왜요?"

"아니야. 다음에, 다음에 이야기하자."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좋습니다. 아이의 인사가 고맙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부조리라고 하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달라졌을까?


후회도 하고, 자책도 하고, 때론 원망도 합니다. 하지만 의문은 쉽게 해소되지 않습니다. 대개가 그렇겠지요. 그저 '왜? 왜? 왜?'를 반복하다 출구 없는 이유의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내가 이 세상에 정말로 필요한 사람인지 자문하게 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고는 했을 것입니다.


살아야 하니까 사는 것일 뿐이라고, 먹고살기 위해 부품처럼 소모되어 간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그때 저를 살릴 건 인사였습니다. 그것도 조금의 감정조차 실려 있지 않은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인사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행위에 대한 감사는 존재에 대한 인정입니다. 비록 형식적인 말이라 하더라도 ‘고맙습니다’, 이 한 마디에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에요’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인사는 사람을 살리는 말입니다. 저는 이 별것 아닌 말에 구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고마움을 주고받습니다. 스치듯 건네는 인사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때론 형식이 내용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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