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서른세 번째 밤_나와 너의 거리
"아빠, 이건 뭐예요?"
"이건 말이야..."
"아빠,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빠, 이건 어떻게 해야 해요?"
"이렇게 해보면..."
제 아이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아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혹은 아이에게 말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매번 아이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먼 길을 돌아야 했습니다.
아이와 대화적 관계를 맺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구나 싶다가도 사람과의 관계라는 게 다 그런 게 아닐까 싶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우리는 상대와의 교집합을 찾지 못할 때 난관에 빠집니다. 대화의 입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저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되받아 쓰는, 동어반복의 대답을 하거나 아직은 대답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며 애써 상황을 모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의지나 지식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저와 아이 사이의 거리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서둘러 이야기의 길목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빠, 공룡은 왜 그렇게 큰 거예요?"
"공룡? 아빠도 어릴 적에 궁금했었어."
"그런데 율이는 지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고 있니?"
"아니요."
공룡의 덩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45억 년 전 지구 탄생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에너지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이해하지 않고는 공룡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충돌과 폭발과 결합으로 시작된 지구의 탄생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율아, 지구는 지금부터 대략 45억 년 전에 생겨났어."
"공룡은 2억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공룡은 이따가 지금은 지구부터."
하나의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주변 지식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변 지식은 상대와의 거리재기를 통해 가늠해야 합니다. 우리가 아이의 앞뒤 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것은 아이가 어느 정도의 주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과 아이와의 거리를 가늠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하고 싶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