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중하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36 서른여섯 번째 밤

by 샘비

#36 서른여섯 번째 밤_모두가 소중하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친구가 자기는 엄마, 아빠에게 반말을 한다고 했어요. 저는 존댓말을 한다고 했는데 저를 이상하게 봤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


"저도 이상하게 봤죠. 아빠, 뭐가 맞아요?"

"둘 다 맞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아빠는 서로 반말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반말이 평등한 관계를 뜻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그런데 아빠는 존대가 더 좋아."


나는 얼마 전까지 아이에게 존대를 했다. 아이가 일어나면 "아드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집을 나설 때는 "학교 잘 다녀오세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는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남들에게 내세울 만큼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그에 맞게 표현하고 싶었, 그것을 아이도 함께 해주길 바랐 뿐이다.


"존댓말은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거잖아.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면 존댓말을 쓰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그러한 마음도 조금씩 옅어져 갔다. 말이 가벼워지면서 아이를 대하는 내 마음도 점점 가벼워졌다.


말소리가 쉽게 높아졌고, 거친 표현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그럴수록 나는 관계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말이 편해질수록 마음은 불편해졌다.


지금은 다시 존대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잘못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있다. 새로운 관계를 위한 새로운 말을 채워갈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전이 있어. 그건 에너지와 같아서 쓰면 사라지고, 사라지면 다시 채워야 해. 아빠는 네가 좋은 말을 채워갔으면 좋겠어."


존대는 존대를 낳는다. 아이의 말이 내내 불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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