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리운 밤이다
윤오영의 수필집을 다시 읽는다.
윤오영은 그 유명한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오늘도 역시나 이 부분에 눈길이 머문다. 읽고 또 읽는다. 이 건조한 문장에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애초의 감각이 휘발된 지는 이미 오래다. 멋진 사후적 해석을 덧붙이는 수밖에 없다.
나는 장인의 태도를 지닌 사람을 선망한다. 이마의 주름이 깊게 팬 무표정한 얼굴, 그 골똘한 표정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나 의미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나는 일의 의미를 잃어버릴 때마다 습관처럼 이 문장을 읽었다. 노인의 얼굴이 마음의 무늬가 되어 나를 덮친다. 나는 더 괴로워야 한다.
일을 할 때에는 오로지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믿음이 필요할 뿐이다. 좋은 방망이를 위해 시간을 들였던 노인이, 그 모습이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