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정답이 필요하지 않다
어제의 단상 #13
#13 나는 이제 정답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와 함께 시내에 있는 서점에 들렀습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책장에 꽂힌 책 제목을 읽었습니다. 한껏 턱을 치켜든 제목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작아졌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
아이가 원하는 책 몇 권을 구매하고 그대로 돌아 나왔습니다.
"우리 율이는 오늘도 책 많이 샀네."
"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요."
"아빠는 왜 책 안 샀어요?"
"그냥, 별로 사고 싶은 책이 없어서."
"아빠는 읽고 싶은 책이 없었어요?"
"응, 없었어."
"왜요?"
"글쎄 왤까?"
"아빠는 이제 정답이 필요하지 않은가 봐요?"
"정답?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장 어느 구석에 사이다 같은 채찍의 말이나 따라 해야 할 인생의 정답이 아닌, 망설임과 고민을 잔뜩 담고 있는 책 한 권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