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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Nov 12. 2022

나는 이제 정답이 필요하지 않다

어제의 단상 #13

#13 나는 이제 정답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와 함께 시내에 있는 서점에 들렀습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책장에 꽂힌 책 제목을 읽었습니다. 한껏 턱을 치켜 제목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작아졌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


아이가 원하는 책 몇 권을 구매하고 그대로 돌아 나왔습니다.


"우리 율이는 오늘도 책 많이 샀네."

"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요."


"아빠는 왜 책 안 샀어요?"

"그냥, 별로 사고 싶은 책이 없어서."


"아빠는 읽고 싶은 책이 없어요?"

"응, 없었어."


"왜요?"

"글 왤까?"


"아빠는 이제 정답이 필요하지 않은가 봐?"

"정답?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장 어느 구석에 사이다 같은 채찍의 말이나 따라 해야 할 인생의 정답이 아닌, 망설임과 고민을 잔뜩 담고 있는 책 한 권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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