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실을 끊어야 할 때도
'나는 지금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무심코 떠오르는 (의미 없는) 질문.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 믿었다.
모든 현상에는 인과적 질서가 있다고 믿었다.
시간을 거스르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르겠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하지만 어디에도 분명한 답은 없었다.
모든 질서는 일관되지 않았다.
욕망과 희망과 절망이 엉겨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떠오른 (의미 없는) 질문,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늦어버린 것일까.
'미로에 갇혀버렸다.'
그러나 아무래도 길을 찾기 어렵다면.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지 않아도 괜찮다.
실을 끊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