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아들, 우리 동네에 OO초등학교 있잖아. 산책 갈 때 지나가는 학교 말이야."
"알아요. OO이 형이랑 OO이도 거기 다녀요."
"그런데요? 그 학교가 왜요?"
"오늘 엄마가 마을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라는데..."
"율이 학교에 행복반 친구 있잖아."
"네, 알아요. 몸이나 마음이 조금 불편한 친구들이요."
"그 친구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학교 생활을 미리 체험해 보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OO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반대를 한다는 거야."
"왜요?"
"자기 아이들이 그 아이들과 접촉하는 게 싫다는 거지. 건물도 따로 쓰고 교실도 따로 써서 만날 일도 거의 없는 데도 말이야."
"만나는 게 왜요?"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접촉이라니, 참 못됐다. 약한 아이들 도와주지는 못하고..."
"그런데 아빠, 약한 사람은 왜 도와주어야 하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는 건 아는데요, 누가 물으면 뭐라고 답해요?"
"누가 물으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해줘."
"어떻게요? 세상을 어떻게 지켜요?"
"사고든 병이든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잖아. 그리고 우리는 약자로 태어나서 약자로 늙어가잖아."
"장애인, 노약자 같은 거요?"
"그래, 맞아."
"율아, 생각해봐. 약한 사람을 지켜주지 않는 세상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니. 그런 세상을 위해 누가 자기를 내어놓겠니. 그런 세상은 무너지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