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사랑이란
"아빠, 사랑해요. 저는 아빠가 정말 좋아요."
"율아, 사랑해. 아빠도 율이가 제일 좋아."
오늘도 잠들기 전 아들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아내에게도 하지 않는 닭살스러운 말을 주고받는다. 아내는 이미 잠든 지 오래, 우리의 비밀스러운 밤 대화를 방해할 사람은 없다.
아내가 자리에 없어도 아들은 '제일'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을 비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아이의 넉넉한 품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웃음을 짓는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율아, 사랑이 뭐야? 좋아하는 거랑 뭐가 달라?"
"사랑은, 사랑은 ..."
"마음으로는 알겠는데 말하려니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알아요?"
"아니, 아빠도 몰라."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랑이라는 말이 생겨난 건 좋아한다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몽글몽글한 느낌을 발견한 다음이라는 거."
"그럼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는 거네요."
"그래, 맞네. 사랑이란 좋아하는 것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거네."
"율이는 아빠를 진짜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