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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 Jun 21. 2024

미움받기를 두려워하지 말 것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은 결국 나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누군가를 웃겨주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코흘리개 때 꿈은 줄곧 화가였지만 가끔 친구들이 넌 개그맨이 되면 딱이겠다는 칭찬이 썩 나쁘지는 않았었다. 나는 누군가를 웃겨주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었고 설령 아니더라도 꼭 그래야만 했다. 그런 스스로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던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고등학교 때도 무난한 성격 탓에 많은 친구와 친해져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다 상급반으로 올라가게 되며 이과 계열과 문과 계열로 반이 나누어졌다. 나는 이과를 택했지만 친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문과 쪽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사귀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누군가를 새로 만나서 친해지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만난 친구들은 재밌어하는 포인트가 이전 친구들과는 약간 달랐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웃겨주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결국 그들과 비슷한 포인트를 갖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누군가를 웃겨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


 일 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며 또 성적과 외국어 전공에 따라 반이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친해지기 위해 웃겨주려고 노력하는 스스로가 조금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친해지려 나를 바꿔나갔다. 그때는 그 어색함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는 듯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상자에 몇 겹이나 되는 테이프로 꽁꽁 묶어두었다.


 살면서 언젠가는 한 번 그런 순간이 온다. 나는 크게 생각했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나는 그 정도의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설령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마음 쓰는 방식이 나의 기대보다 모자르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정말이지 퍽이나 섭섭해진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나만이 덩그러니 혼자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나의 그 순간은 고등학교 졸업식 후 생일날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니고 친구들 나름의 진심이 있었으나 나는 다른 걸 기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생일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별별 생각을 다 했었다. 항상 진심이었던 나를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가 있나부터 나는 진정한 친구가 없으니 나는 앞으로 어떻게 외롭게 혼자 살아야 하나까지


 나는 미움받는 것을 정말 두려워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자주 진정한 내가 아닌 나를 만들었다.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나. 그런 노력을 평생 하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변화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나의 가면을 하나씩 벗어버리기 시작했다. 하나씩 벗을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두려운 스스로의 감정에 반항하기라도 하듯 오히려 조금은 부끄러운 모습을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털어놨다.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고통스러운 나를 이제는 내려놓고 싶었다. 정말 지구상에서 혼자가 되더라도 좋았다.


 하지만 내 우려와 달리 사람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좋아했다. 아무런 가식도 없고 오히려 가끔은 실수해서 멍텅구리 같은 나의 모습. 완벽한 인간도 없거니와 그렇기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인간에게 타인들은 진심을 열지 않는 인간이라며 경계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의 가면을 대부분 벗어던지는 데 성공했다.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사람은 새로운 행동을 하게 된다. 바로 타인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나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잊고 있던 진정한 나를 찾게 만들어 주었고, 나는 어디서든 누구 앞에서라도 당당한 사람이 되었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스스로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고, 언젠가 혼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은 피할 수 없는 과제와 같다. 그러니 타인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내려놔도 된다. 그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나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 누군가에게도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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