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드디어 그날이 왔다.
삼겹살 무진장 다 먹기로 한 날.
이 날의 시작은 내가 출근하는 날에 일어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하는 내 귀로
점심 메뉴를 상의하는 어머니와 동생 목소리가 들렸다.
오고 가는 대화 사이로 삼겹살이라는 단어가 뚜렷하게 들렸다.
"오늘 삼겹살 먹어?"
내가 말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어, 오늘 먹을 거야."
출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같이 먹어야 맛있는데.
나 없을 때 맛있는 거 먹는다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엇을 먹을지는 자유였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구워준다고도 했고.
하루 종일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삼겹살은 없었다.
먹다가 남은 삼겹살이라도 그릇에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그냥 구워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배 속에서 밥 달라고 난리 쳐서
그냥 밥과 김치, 김이랑 먹었다.
메뉴가 약간 빗나가긴 했지만 만족하며 먹었다.
먹으면서 결심했다.
쉬는 날, 삼겹살을 집에 있는 대로 무조건 구워 먹겠다고.
기다리던 그날이 오고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고 불판을 꺼내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한 여름의 빗소리를 연상케 했다.
빗소리와 고기 굽는 소리는 너무 듣기 좋다.
삼겹살뿐만 아니라 소 안창살도 추가되어 더 푸짐해졌다.
먹어보라고 이모가 어머니께 드린 것이었다.
구우면서 어머니께서 스페인 여행 가셔서 사 오신
스페인산 허브 솔트를 가득 뿌렸다.
그렇게 짜거나 향이 너무 심하지 않았다.
고기의 풍미와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메꿔 주었다.
냠냠냠.
따뜻한 밥과 고기, 김치를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과 김치.
열심히 먹다 보니 밥그릇은 비고 약간 부족한 느낌에
조금 더 밥을 밥그릇에 옮겨 담아 먹었다.
맛있게 먹고 나면 늘 설거지가 한가득이다.
싱크대에 쌓여 있는 설거지 거리를 보면 너무 하기 싫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미루고 미루다 어머니께서 퇴근하실 시간이 다가오자
얼른 서둘러 설거지를 끝내고 깨끗하게 정리해 두었다.
이것으로 어머니 잔소리 피하기 완료.
정말 만족하고 푸짐하게 삼겹살을 먹어서 기분 좋다.
역시 나야, 이 날을 만들기 잘했군.
참, 저번에 이야기했던 것은 내가 이동하기로 했다.
지금 서로 스케줄 조정하며 맞춰가고 있다.
오늘은 이래저래 좋은 일만 있는 날이었다.
앞으로 이런 날만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행복이, 기쁨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