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가족의 시작

셋이 만나 두 가정을 이루다

by 달리네

2014년 4월

부천에서 짐을 싸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은 4명.(정확히 사람 둘에, 고양이 둘)


2021년 12월

제주에서 두 번의 이사 후 자리 잡게 된 법환동에서의 우리 가족은 5명(사람 셋에 고양이 둘)

같은 주소지에 세대주는 2명.

주변 사람들은 우리를 신인류에 맞는 건강한 가족 구성이라 일컫는다.


부천에서 나와 내려온 이는 동거 5년 차의 나보다 2살 연상의 혈육이었고,

제주에서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이는 연애 6년 차의 2살 연하의 내 남편이 될 사람.


이렇게 셋이 만나 두 가정을 이루기 전, 우리는

앞으로의 장기거주를 위해 사전 테스트를 해보자며 무리한 합가를 단행한 적이 있다.

회사일로 바빠 시간을 내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실상 어느 집에서 살든 상관없다는 나를 제외하고

새 집에 대한 로망이 가득한 둘이 처음으로 의기투합해 한 달 동안 집을 보러 다닌 발품판 결과

복층구조에 거실에 벽난로가 있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깔린 리조트형 주택을 선정했는 데

이 집의 계약 소문을 들은 주변의 지인들이 [엄청난 염려]를 보내주어 들어가기도 전에 걱정 한 바가지.


이유인 즉,

90년에 지어진 이 집은 겉만 번드르르~하지만 실상 내부는 허당

벽에서 외풍이 엄청 심하고, 바닥에 대리석을 걷어내지 않으면 난방비가 어마무시.

게다 벽난로는 실제 쓰지 못할 정도로 내연통이 엉망에 제주 같지 않은 엄청난 관리비 폭탄이 기다릴 것이라는 것!! 그렇거나 말거나 일단 살아보자! 결정 내린 우리 셋은 각 자의 짐을 싸서 한 날 이사를 하게 되었는 데 그 짐의 무게만도 10톤! (우리 집 5톤, 남친네집 5톤)


이사 첫 날, 거실 가득한 짐! 짐! 짐들


제주 내려올 적 5톤 트럭에 2톤에만 짐을 실어왔던 적이 언제였는 지, 이주 5년 차에 짐도 몇 배로 불어 감당키 어려운 지경에 이른 건 우리만이 아니었던 바. 산타페 차량 앞뒤로 짐을 가득 실어 제주 이주한 내 남자 친구는 이주 8년 만에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짐보따리를 갖고 오게 만들었으니. 각자의 엄청난 짐에 서로가 기함한 것은 잠시. 그 짐을 누가 치울 것인지부터가 합가의 시작.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과 헤어질 수 없는 셋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렸고 전쟁과도 같은 2년의 사전 테스트 후 [앞으로 장기 거주는 힘들 것이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2살 연상의 내 혈육은 독립 또는 분가에 대해 [절대!! 너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라고 응답하고

2살 연하의 내 남편이 될 이 또한 [나와 언니 중 하나를 선택해요~]라며 내게 섣부른 결정을 요구했다.


이저도저 못한 내게 엄마는 [둘이 사는 데 걔가 온 거니 걔를 내보내라~}며 황당한 답변을 주었고

[이제는 언니가 따로 살아야지. 언제까지 동생이랑 살겠어~]라며 쏟아지는 주변 대다수의 의견을 고려

계약날짜 2개월을 앞두고 내가 내린 결론은 [앞으로도 이렇게는 못살겠다.]였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각자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 지, 각 문제점을 해결하고 그럼에도 2년 뒤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헤어지자~]였다.


결론인 즉,

처음 합가 할 땐 서로 합의점(예를 들어, 각자의 살림 짐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청소는 어떻게, 주방 또는 거실의 쓰임에 대한 시간 배분)을 논의하지 않았고, 고양이와 살게 되면서 발생되는 의외의 불편함(털 날림, 고양이 영역 등)을 고려하지 않았던 터라 불편함은 개선점을 찾지 못한 채 발새아는 족족 짜증과 투덜거림으로 변질되어 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낀 남편의 심정이 되어 너도 옳다, 네 말이 맞다는 식의 응대도 하루 이틀 겪다 보니 두통과 울렁거림이 심화되어 나 스스로가 [이렇게는 못살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각자의 불편사항을 모두 꺼내어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해결방법을 찾아 2년만 더 살아보고 결정하자고 각자에게 대답을 들은 뒤, 이사할 집도 내가, 이사날짜도 내가, 이사 정리도 내가 하기로 결정!!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새로운 집에 자리를 잡은 지 두어 달 째.

지나고 보니 언니와 나의 동거살이부터 제주 이주. 그리고 이곳에서 만나 나와 연애 6년, 동거 2년을 함께 하는 미래의 남편에 대한 스토리를 글로 남겨두었으면 하는 생각에 블로그에 적을까 하다 서울생활부터 민 박살이, 그 외 잡다한 이야기가 뒤섞인 공간보다 별도의 카테고리가 필요할 듯하여 브런치를 선택.

이 셋에 대한 스토리를 적고자 한다.


참고로, 제주에서 내려온 고양이 둘 중 한 아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고양이 카페에서 입양해온 낯가림이 심한 남자아이와는 올해로 4년 차가 되었으며

난생처음 비행기를 탔던 한 고양이는 올해 20살, 곧 21살이 되어간다.


이 이야기는

20살 할머니 고양이와 그 할머니 고양이의 엄마인 친언니

처음엔 내 아들이었으나 이젠 내 친언니의 아들이 된 7살 아들 고양이.

그리고 제주에서 만난 내 짝과 알콩달콤살벌하게 살아가는 나의 신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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