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Apr 24. 2023

친구의 인생에 조금 더 침투할 필요가

관망하지 말고 관여하기

나: 그동안 친구로서 나의 역할을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다고 얘기했잖아?


너: 그래, 나는 친구들이 각자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 차 마시고 밥 먹는 것 역시 그렇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뭐랄까 팀빌딩 다음에 뭘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 네가 우리는 좀 더 서로를 침범(이었나 침투였나?)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게 꽂혔어. 그동안 조심스러워서 못 물어보고, 말할 때를 기다리는 게 미덕인 줄 알았거늘! 더 자유롭게 서로에 대해 물어보고, 또 말하고 싶지 않을 때 편하게 거절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겠다 싶더라. 여전히 대화 외 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너: 나는 안정적으로 내가 내 상황들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거든. 내 친구나 내가 무력한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는 서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혼자 해결하려다가 안되면 지금 가족과 애써보다가 진짜 안되면 혈육 가족에게 말하고 그 시기동안 아마 친구들 모임은 일이 있다며 안 나가겠지.


나: 친구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20대 여성이 아무리 투잡을 해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기사를 공유해 줬어. 그녀는 생활력도 강하고 경제력도 괜찮았는데 전남편이 노름빚을 져서 재산을 다 탕진하고 무일푼인 상태로 헤어진 거야. 모금이 목적인 기사였는데 그 기사를 보면서 친구에게 '이렇게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것보다 더 탄탄한 정기 수입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니냐'라고 했더니, 친구는 '이미 무너져있는 그 주인공을 당장 구해내는 게 무조건 가장 시급하다'라고 했어. 그렇게 그 친구는 나에게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의 생존 위기를 일깨워줘. 나는 넉넉하게 자라지 못했는데도 생존의 위협이라는 실체를 잘 모르는 거 같아, 엄마는 달랐겠지.


너: 네가 그때 그 상황을 해결하는 위치가 아니었으니까.


나: 그런가 봐.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우리가 통제력을 잃었을 때 그 늪에서 나오도록 당장 손을 뻗는 게 필요할 거 같아. 손을 뻗는 선택을 하기를, 손을 뻗는 그 방향에 서로가 서있기를. 그 관점에서, 지금 당장 수입이 없는 친구가 있어서 채소 박스를 정기적으로 보내보려고. 


너: 오, 그래 그거 좋다. 그 친구의 매일 식사에 침투하기로 했구나.


나: 오랜만에 한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어. 안부를 주고받다가 그 친구가 사실 잘 못 지낸 지 좀 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면서 '부끄럽다'는 거야. 


너: 잘 못 지내는 게 부끄러워, 아니면 너한테 말하는 게 부끄러워.


나: 복합적이었겠지? 


너: 좋은 친구, 좋은 엄마, 좋은 딸.. 관계라는 건 시점(point)이 아니라 시절(interval)에 대한 거라는 걸 우리가 잘 모르나 봐.


나: 내게 '항상(every moment) 잘 지내는 친구'여야 한다고 생각했나.


너: 이렇게 질문하지만, 무슨 감정인지 알 것 같아. 나 역시 많은 순간에 '어차피 말해도 이해 못 할 거'라며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거든. 말하고 나니 좀 다른 거 같지만 뭔가 비슷한 결의 감정이겠지.


나: 나도 그래. 한 친구가 나보고 꽤 오래 방어적이었어서 의도적으로 숨기는 건 없지만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거 같대.


너: 움 나도 그런 듯. 의도적으로 숨기는 건 없지만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건 내 친구들이 대부분 그러는 거 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택시비가 아깝더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