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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03. 2022

인생은 부드럽지 않은 스토리

이야기꾼, 그들은 어디에

너: 잘 다녀왔어 시댁은?


나: 응. 내가 요즘 수다에 꽂혀있잖아, 거기 사람들 어떻게 수다 떠는지 관찰해봤지.


너: 말도 안 통하잖아.


나: 그렇지. 근데 희한하게 재밌어. 모든 모임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모임들에 이야기꾼이 있어.


너: 이야기꾼?


나: 응 말 그대로 이야기꾼.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사람들. '거기엔 에피소드가 하나 있지' 라며 입과 눈이 씰룩씰룩하는 사람들.


너: 오 재밌다 벌써


나: 7년 넘게 만나는 거 아냐 나도. 그래서 얘기가 자주 반복되거든, 인생에 흥미진진한 순간이 자주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도 첨 듣는 얘기처럼 다들 반응해. 이미 아는 얘기니까 중간중간에 '그래 그래서 그랬다며! 하하하하하' 막 이런 추임새가 더 들어가긴 하지만 그래도 웃어야 할 타이밍에 꼭 웃고 탄식해야 할 타이밍에 '세상에.. 오..' 다들 그래.


너: 다들?


나: 응. 그런 이야기꾼들이 얘기할 땐 대부분 집중해서 듣더라고. 나는 알아듣지 못해도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정도 분위기는 타게 됐어. 목소리 톤이랑 표정이랑 손짓이랑 종합예술이야 아주. 가끔 친구들이 '오월, 우리말하던가?' 이러면서 놀람. 모


너: ㅎㅎㅎㅎㅎ


나: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내 주변에서 이야기꾼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게 떠올랐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맛깔난 얘기들 있잖아, 정말 기발한 드립도 많고, 댓글 엄청 달리고. 그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도 그렇게 재미있게 얘기할까 궁금하더라고. 다들 어디 사는 거야!


너: 그러게. 왜 그러지? 뭔가 말로 이야기하는 걸 본지 정말 오래됐네.


나: 그렇지? 우리나라가 웹툰이나 시리즈 강국이잖아. 얘기도 다양하고 에피소드 하나하나 주옥같고. 라디오 사연도 그렇고. 그런데 왜 아무도 만나서 그런 얘기 안 해주는 거냐고.


너: 네가 해보는 건 어때?


나: 아우 야 나는 무대공포 아냐, 주목받는 거 못해못해. 부끄러운 걸 떼고 생각해도 막상 별 할 얘기가 없어. 나는 뭔가 사건의 시간적 순서가 기억이 안 나고 한 장면과 그때 떠오른 감정 이런 것만 생각나서 도대체 스토리라고 할 게 없네.


너: 그러게. 말로 하는 스토리 고프다, 예전에는 예능에서 하고 그랬는데. 그때도 맛깔나게 얘기하는 거 아니면 '실패' 막 이렇게 몰아갔잖아. 그래서 보면서 대리 수치 느끼고 그랬어.


나: 맞아. 나도 그때 보면서, 저 사람들 못 웃기면 어쩌지 조마조마하고 막 옆에 다른 게스트들 표정 살피고 그랬어. 이제 생각하니 시청자면서 왜 눈치봤나 싶다야ㅎㅎ. 갑자기 그 배우 생각난다. 진짜 말 재미있게 하고 라스에 자주 나오고. 아 서현철 님!


너: 그분 진짜 웃기지? 요즘 그런 이야기꾼 진짜 희귀템이야


나: 그니까. 시댁에는 모이면 그 정도 사람들이 적어도 한둘은 있는 거 같아. 물론 없는 경우도 있긴 해.


너: 왜지? 우린 밥상머리에서 조용히햇!하면서 혼났어서 그런가, 이야기에 반응 없으면 수치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나: 그러니까. 가끔은 이야기꾼도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 우리 중 누군가는 이야기꾼일텐데... 모두가 이야기꾼이 아닌 건 좀 이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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