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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05. 2022

갈등 상황에 맞딱들어야 맘이 밖으로 나오는 건 종특

몰라서 말 못 한 건 솔직하지 못한 건가 아닌가

나: 지금 한창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중이야, 집주인이 50% 이상을 올리겠다고 통보를 했어.


너: 그래 몇 달 전에 통보받았다고 했지


나: 응 이번 달이 계약 만기거든. 여기는 3개월 전 미리 집을 알아보는 게 그렇게 일반적이진 않아서 그동안 몇 군데 가서 보기도 했는데 그 사이에 이미 집이 다 나가버렸지 모.


너: 그래, 그래서 어쩌기로 했어


나: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니까 본격적으로 가서 보고 계약까지 해야 하잖아. 그래서 지난 주말에 '여기 볼 수 있겠냐'라고 내가 몇몇 부동산 연락해서 일정을 잡고 있었어. 그래서 남편한테 링크를 보내면서, 토요일에 여기 가서 볼까? 그랬더니 그 집이 너무 별로라는 거야, 그럴 수 있지. 머 내가 골랐다고 다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나도 좋아서 고른 거라기보다 조건에 맞는 게 몇 개 없어서 고른 거기도 했고.


너: 오 흥미진진해.


나: 그래 가지고 '뭐가 별로냐, 그럼 대안이 뭐냐' 그렇게 대화가 흘렀지. 그랬더니 자기도 모르겠대, 하지만 싫어하는 걸 보러 갈 수는 없다는 거야.


너: 이해는 되지, 근데 너도 답답했겠다.


나: 그렇지. 우리가 다음 이사 예산으로 잡은 게 지금 살고 있는 집 1년 전 지불한 금액보다도 적긴 하거든. 여기 시장이 다 올라버려서 그렇게 구하려고 하니 맘에 드는 게 나오나. 나는 '50% 이상 오르다니, 우리는 둘 다 겁먹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나 봐. 여긴 연세 개념이라 한 번에 몇천을 그냥 지불해야 해서 덜덜 떨리지.


너: 보증금 같은 건 없고?


나: 계약할 때 5%를 디파짓으로 걸긴 하는데 그건 계약 종료 후 집에 하자 있거나 그럴 때 수리할 수도 있어서 걸어두는 정도? 그거만 돌려받아. 그리고 또 부동산에 5% 내야 하고 이사 비용도 필요하고 그래서 결국 110% 이상이 준비되어야 하는 거지. 여러 번에 나눠서 낼 수도 있긴 한데 한 번에 내야 협상에 좀 더 유리하거든. 목돈이지만 한 번에 100을 내겠다, 110을 매달 12번 내게 해달라 머 이렇게 되는 거지.


너: 보증금을 더 올리면서 연세를 줄이고 그런 건 없구나.


나: 응. 아 정말 그거 고프다야. 집주인 입장에선 매년 목돈이 들어오니 좋지. 여기 거주 안 하면서 투자만 하는 경우도 많고, 이 사람이랑 거래 안되면 다음 사람이랑 하지 뭐 이런 생각도 강하고. 집이 한 달만 비어도 그게 얼마야, 그러면 또 더 협상을 안 해. 이미 손해 봤다고 생각하는지.


너: 그렇구먼.


나: 응 그래 가지고 내가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곳들은 다들 이렇게 생겼다(사진으로 보이는 내부 얘기), 이게 불만이면 네가 만족할 곳은 없을 거다' 이러면서 터졌지. 그랬더니 건축가인 자기는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없다는 거야.


너: 그건 또 뭐야.


나: 건축적으로 가치 있는 곳에 살겠다는 거야. 지금 사는 곳이 상대적으로 오래됐어도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하거든, 건축가들이 많이 살고 있기도 하고. 남편은 자기가 건축의 가치가 높은 곳에 돈을 쓰는 사람이다, 라는 자부심이 있어. 그니까 속마음은, 이 건물에서 이사 가고 싶지 않은 거지.


너: 아!


나: 나는 이제야 보이는 거야. 아 처음부터 여기 말고는 생각이 없었구나


너: 첨부터 말하지 왜


나: 내 말이 그 말이야. 안타깝게도 이렇게 맘에 안 드는 상황에 계속 맞닥뜨리지 않으면 모르나 봐. 자기도 다른 대안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그냥 스쳐 지나간 생각이고 내가 볼 땐 애초에 생각이 없었어


너: 그래서 처음부터 말을 못 했다?


나: 응. 내가 대안이 뭐냐, 고 얘기하면 부동산 사이트 열고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그러는데 절대 가서 보자는 얘기를 안 해. 내가 가서 안 보면 어떻게 아냐, 그러면 진짜 맘에 드는 게 나와야 가서 보는 거라며 그냥 계속 뭉갠 거지.


너: 이렇게 자기 속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서야


나: 내 말이. 근데 불만은 계속 말하면서 예산을 올리잔 얘길 안 하는 거야. 내가 거기에 꽂혔다고 생각한 거 같음. 나는 그냥 우리가 정하는 것에 꽂히는 거거든.


너: 무슨 말이야 그건?


나: 우리가 얼마로 정하면 난 그냥 그걸 보는 거지 그거 이상을 절대 보지 않겠다, 는 아니거든. 그니까 미리 그 의도를 알았다면 우리가 예산을 높이고 이 아파트도 옵션에 넣어서 이런저런 대안을 찾았을 텐데 말이야.


너: 이렇게 둘인데도 어려워.


나: 내 말이. 갈등 상황이 돼서 자기 맘이 밖으로 나오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당최 몰라. 속으로 꾹꾹 누르는 건지 뭔지. 암튼 그래 가지고 이 아파트에서 찾게 될 거 같아. 50%까지 높이진 않을 거고 아파트에서 다른 뷰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그렇게 결정하고 났더니 남편이 반나절 만에 두 군데랑 컨택해서 구체적으로 얘기 오가고 있어. 자기 맘에 드는 옵션엔 얼마나 적극적인지.


너: 그래, 그래야겠다.


나: 나는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 조건에 맞는 해결 방안을 찾는다 > 해결한다! 이게 중요한 사람인가 봐. 그렇게 결정하고 이 아파트 위주로 보니까 그 나름으로 맘이 편해, 진행이 되잖아! 해결 안 되는 게 젤 불편해, 그냥 해결하고 잊어버리는 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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