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형의 중첩으로 만들어내는 리듬
고요한 세상이란 없습니다(!). 겉으로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모든 것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어요. 돌멩이도, 공기도, 나 자신도 완전히 정지한 순간은 없어요. 읽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며 우리는 그때그때의 파형을 만들어냅니다. 존재는 정적인 고체가 아니라, 잠시 머무는 진동의 모양에 가까운 파동입니다. 우리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의 진동이 맞닿아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는 뜻이에요.
세상은 이렇게 수많은 파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각 존재가 만들어내는 진동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만나 부딪히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같은 위상을 가진 진동은 서로를 강화하고, 다른 위상을 가진 진동은 상쇄되거나 새로운 주파수를 만들어냅니다. 파동의 흥미로운 점은, 한 번 나온 진동은 반드시 어딘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에요.
관계의 질서는 완전히 정해진 법칙이 아니고 지속적인 조율 속에서 나타납니다. 예상치 못한 충돌이 새로운 공명을 낳기도 하고 반복되는 작은 진동이 서서히 강력한 파형으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말, 시선, 마음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 속에서 서로를 흔들어 각자의 패턴을 재편해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강화합니다. 어떤 파형은 부드럽게 겹치고 어떤 파형은 충돌하며 사라지기도 하면서요.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강하게 흔들리는가 보다, 남과 어떤 위상으로 공명 하느냐입니다. 내가 남과 어떤 주파수로 맞물리는가가 관계의 본질이니까요. 너와 나는 서로 완전히 같을 필요도, 같을 수도 없습니다. 다름 속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맞물릴 때 우리라는 새로운 패턴이 생깁니다. 관계는 단일한 목표나 정답으로 완결될 수 없어요. 끊임없이 변하는 파형의 중첩 속에서 만들어지는 질서, 그게 현실입니다.
흥미로운 건, 진동은 닿지 않은 채로 전달된다는 거예요. 뇌가 자극을 신경망을 통해 전달하듯 파동은 매질을 따라 이어지는데 그 매질이 바로 세계를 연속으로 만듭니다. 인간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사람의 변화가 다른 이의 세계를 흔듭니다. 진동의 법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작용은 분명하게 감지됩니다.
진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남겨진 파동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퍼져나갑니다. 존재란 단지 물리적 형태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거 같아요. 진동은 남고, 그 리듬은 세계의 어딘가에서 또 다른 파동과 만나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면서 존재의 시간은 이렇게 연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