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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Jan 02. 2023

사랑을 뷔페식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된다고

맞아요 맞습니다. 전에 좋아하던 그 모든 것, 지금도 좋아하지만요..

나: 엄마를 관찰해 보니, 엄마는 꽂힌 것에 온 정신이 사로잡혀.


너: 다들 그러잖아들, 뭔가 특별하셔?


나: 우리가 온다니 엄마가 신경이 많이 쓰이셨나 봐. 아무리 내가 준비 안 하셔도 된다케도 엄마 맘은 그렇지 않고.


너: 그래. 너도 외부인, 손님이란다.


나: 그니까 말이야. 집에 갔더니 고구마 한 박스, 마요네즈 큰 두 통, 올리브오일 큰 두 병 +a 등등이 있는 거야. '전에 보니 너네가 그거 좋아하더라' 기억에 꽂혀서 준비하신 거. 밥 상 위에 '전에 잘 먹더라' 떡도 '그거 좋아하더라' 빵도 '제철이니까' 과일도 올리신다는 걸 막느라 애먹었어.


너: 아, 전체 구성보다는 개개 중 하나라도 만족했으면 하는 마음이신가 보다.


나: 그런가 봐. 그렇게 준비하셨으면서도 '이 정도면 됐지!' 애티튜드는 엄마 DNA엔 없는지, 어떤 준비에도 '먹을 거 없어서 어떡하니' 장착이야. 준비할 땐 준비하는 사람이 주체잖아, 먹는 사람들이 그에 맞춰서 먹는 거고. 엄마한텐 항상 먹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거야, 단 한 번도 자신이 주인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자꾸 더 올리고 올리게 되나 봐. 매일 또 뭘 더 사 오시고 상은 계속 넘쳐나고 엄마는 '먹을 거 없어서..' 그러면서 또 사 오시고 식탁 공간도 냉장고 공간도 부족해!


너: 울 엄마는 아무리 반찬 잘 안 먹는다고 해도 기어이 꾸역꾸역 매번 냉장고를 채워놓고 가셔. 내가 안 좋은 소리도 하고 큰 소리를 내보기도 했는데 엄마는.. 그냥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봐. 한숨이 푹 나온다니까.


나: 아이고 어머님!! 남편은 한식을 세끼 먹는 게 부담인지 알아서 조절해서 먹어. 아침저녁을 집에서 먹을 땐 남편은 토스트를 먹고 점심은 주로 나가서 먹으니까 엄마는 남편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시기 힘든 거야. 남편한테 '엄마가 신경 쓰시니 엄마가 준비한 거 그냥 먹으라'라고 할 수도 없잖아, 밥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인데다 그랬다가 친정 오는 거 불편해하면 어째. 나는 되도록 더 길게 오고 싶단 말이야! 식사 때마다 '밥심' 엄마의 외로운 투쟁에 뭐 내가 어쩌겠어, 나라도 대신 엄마한테 즐거움을 드려야겠다는 강박에 오버해서 먹는 거지 뭐.


너: 어렵다 어려워! 우리 나이가 몇인데 부모님 눈에는 '잘 챙겨 먹지도 못하는 애'로 보이나 봐. 부모님의 잘 챙겨 먹는 공식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 보니까 그에 부흥하지 못하면 또 긴장감이 감돌지ㅎㅎㅎ 내가 친정에서든 시댁에서든 애들한테 과자라도 먹이면 아주 난리가 나. 아마 곧 '김치' 눈치가 시작되려나.


나: 우리 조카도 김치도 잘 안 먹고 이것저것 잘 안 먹는다고 엄마가 걱정을 걱정을. 우리 집에서만 잘 안 먹는 걸 거라고, 아니면 그만큼 먹어도 괜찮은 건가 보라고 뭐라 하지 말라고 또 말 얹게 되고 언쟁은 괜히 엄마랑 나, 언니 사이에서 벌어진 다니까. 아직은 언니랑 내 선에서 엄마를 대응해서 엄마가 오빠네 왔을 때 직접 말하시진 않는데.. 엄마도 모르게 또 눈치를 주고 있겠지.


너: 그래, 가족이 모이면 그게 제일 큰 일이야.


나: 우리가 호텔에 머물면서 가족을 가끔만 만나면 더 서운하실 거야. 아우 생각만 해도 나도 섭섭해!


엄마의 이런저런 걱정에 감사합니다, 하고 말면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름 우리를 생각하는 즐거움이 우리 눈에는 걱정처럼 보이는 걸 수도 있으니까. 엄마한텐 그 모습이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 뭐.


너: '정상 식사'에 대한 세대 간 갈등, 어쩔 것인가!


나: 그거 알아? 내가 지금 발행하려고 보니, 키워드에 며느리는 있는데 사위는 없어!


너: 오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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