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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Feb 09. 2023

세대교체? 교체될 세대도 아직 팔팔해서 큰일이에요

쓸모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대체 뭘까

나: 어제 언니가 좀 많이 생뚱맞은 링크를 보냈어.


너: 피싱?


나: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클라우드 자격증이래.


너: 너 그거 해보라고?


나: 나도 잘 이해가 안 돼서 의도를 물었더니 언니 친구가 요즘 IT에서 이 자격증이 핫하다고 해서 찾아봤대.


너: 아- 언니 해보려나? 언니가 IT를 잘 알아?


나: OS 설치도 안 해봤을 걸. 언니가 요즘 ‘회사 이후’에 대해 고민하는 거 같아.


너: 그렇구나. 딱 우리 같네. 회사에서 아무리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회사 관두니 이렇다 진짜.


나: 그때의 능력은 여전히 장착하고 있어도 그 조직이 아닌 곳에서 써먹을 일이 없네. 가끔 회식하던 회사 동료가 전화 와서 그때 내가 얼마나 일 잘하고 좋은 동료였는지 얘기해 줄 때가 있어. 내 능력은 추억 일 뿐이야.


너: 진짜 딱 조직 한정 능력이지.


나: 경력직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나한테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안 묻고 어떤 고객을 데려올 수 있는지 묻더라. 영업도 아니었는데 그 면접 참 신선했어.


너: 너 지금은 어때, 쓸모있나?


나: 회사에서 거의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지금 학생들 보고서 쓰는 거 봐주는 거 말고는 그때 한 일을 써먹진 않아.


너: 보고서를 쓰는 게 스토리를 짜는 거잖아.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고. 야, 스토리 써왔네 그동안!


나: 어라, 그러게? 푸하하. 보고서에 반박할 고갱님을 얼마나 상상했는지!


너: 부서만 옮겨도 완전 초짜가 되고 아무것도 몰라. 아는 듯 하지만 결국 세부내용은 다 맨땅에 헤딩이지. 연차가 차면서 좀 더 빨라지긴 했지만.


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한 눈치. 몇십 년 동안 해오던 일이 하루아침에 쓸 데가 없어져도 괜찮은가. 언니가 너무 생뚱맞은 클라우드 링크를 클릭하고 있을 맘이 보여서 속상했어.


너: 전문직이 아니면 다 그렇지. 새로운 시작을 속상해하지 마, 이것저것 새롭게 기웃기웃하면서 찾는 거지. 너 그거 예의 아니다!


나: 지금까지의 쓸모가 연결이 되던지, 아니면 재미라도 있던지 했으면 좋겠는 맘이지 뭐. 그래,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알아서 잘 찾길.


너: 주위에 진짜로 ‘조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어떤 답도 없는 게 안타까워. 아직 수명의 절반도 안 살았다는데!


나: 다른 조직으로 넘어가 봤자 소용없고, 모두가 하던 일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고, 다들 유투버가 될 수도 없고.


너: 세대교체는 일어나야 하는데 교체될 세대는 이렇게 아직도 팔팔하고 많아서 큰일이다.


나: 어떻게든 회사만 들어가면 다 해결해 주는 줄 알았던 세대.. 그렇다고 돈이 충분하지도 않은데 차이기 직전이야!


너: 그래서 언니도 클라우드를 봤을 거야. 핫하다는 이유 만으로.


네가 요즘 글쓰기에 시간을 쓰고 있잖아. 너는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로 모두가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도 없어.


나: 맞아. 그래서 나도 수업을 관두지 못하지.


너: 쓸모를 돈으로 전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면 쓸모가 없어지면 생존하지 말라는 건가. 다시 또 기본소득 고프다.


나: 자녀들 고등학교 졸업까지 마무리되면 많은 학부모들이 우울감을 경험해. 아직은 전업으로 아이들을 담당하는 많은 엄마들이 그렇지. 안 아프던 몸도 갑자기 아프고 그렇대.


너: 사회 속 쓸모. 그걸 증명해 내야 하는 우리.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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