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관 Jan 05. 2025

구름을 보면 날씨를 알 수 있다.

구름은 날씨가 짓는 다양한 표정이다.

기상청에서 24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소설 쓰는 글쟁이가 되었습니다. 최근 작품으로 청소년 소설 <남극 펭귄 생포 작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밥은 굶더라도 일기예보는 챙깁니다. 밥보다 중요한 날씨 이야기를 24년간 축적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연계하여 최대한 재밌고 쉽게 풀어보았습니다.




현생 인류는 7만 년간 진화했다. 사자의 멋진 갈퀴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며 사자에게 다가간 사슴은 진작에 멸종했듯이, 뱀을 귀여워하는 조상은 독사에게 물려 모두 사라졌기에 현재 살아남은 인간은 뱀을 두려워한다. 인간의 생존에 뱀처럼 중요한 게 또 있다. 날씨다. 당연히 악기상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조상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 당연히 인간은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뱀을 보면 뒷걸음 치는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오면 두려움에 집으로 뛰어가고, 천둥 번개가 치면 방 안으로 몸을 숨긴다.


인간뿐만 아니라, 날씨의 영향을 받는 모든 생명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날씨를 예측한다. 개미로 예를 들어보겠다. 의봉혈우(蟻封穴雨)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개미 의(蟻) 봉할 봉(封) 구멍 혈(穴) 비 우(雨)로, 비가 올 것 같으면 개미가 입구를 봉한다는 뜻이다. 지혜나 지식을 담은 사자성어는 수천 년 전부터 쓰였다. 옛사람도 개미가 악기상을 예측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개미는 어떻게 날씨를 예측할까. 개미는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증가하는 습도를 감지하여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미가 서로 소통하고 있다. ⓒ pixabay

제비가 지면 가까이 날아다니면 날씨가 나빠질 징조고, 거미가 거미줄을 유난히 많이 치면 날씨가 맑다는 신호다. 비가 오기 전에 청개구리가 소란스럽게 울었다. 아주 옛날부터 조상들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날씨를 대비했고, 속담으로 여태껏 전해지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모든 게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명체의 몸에 기압계나 습도계 또는 온도계 등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탁월한 감각이 있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개미가 습도를 감지하는 촉각이 뛰어나듯이, 인간도 뛰어난 감각이 있다. 바로 시각이다. 같은 무지개를 봐도 개와 말 등의 대부분 포유류는 파란색, 노란색, 희색만 보지만 인간의 눈에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이 펼쳐진다.


사슴 눈에 보이는 호랑이(A), 사람 눈에 보이는 호랑이(B)

호랑이는 황색과 검은색의 줄무늬가 있다. 당연히 푸른색 일색이 숲속에 숨어 있어도 눈에 잘 띈다. 그런데 왜 이런 무늬일까. 이는 인간의 눈에만 잘 보이는 것이지, 호랑이의 주 먹잇감인 사슴 등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슴 등의 동물은 푸른 숲이나 호랑이의 줄무늬 모두 희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 옛날부터 호랑이의 먹이가 인간이었다면, 아마 호랑이는 푸른색 줄무늬로 진화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두족류-문어, 오징어, 갑오징어-는 한 가지 유형의 파장 특이적 광수용체만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단색형 색각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몸의 색깔을 빠르게 바꿀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변화하는 색조를 볼 수 없다. <에드 용 : 이토록 굉장한 세계>


이러한 이유로 인간은 아주 옛날부터 날씨를 시각으로 예측했다. 이를 관천망기(觀天望氣)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보고 날씨를 예측했을까. 날씨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기압, 온도, 습도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날씨의 표정인 구름의 형태와 색깔은 다른 동물에 비해 자세히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은 구름의 형태와 색을 통해 날씨를 예측했다. 어떻게 예측했을까. 두 사례를 들어 알아보겠다.


사례 1.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땡볕이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날, 오전에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다가 한낮이 되면 뭉게구름이 브로콜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자주 봤을 것이다. 점점 키가 커지면서 구름 아랫부분은 어두워지면서 거센 소나기가 내린다. 계속 부풀어 오르던 구름 정상은 마치 투명 유리에 막힌 것처럼 구름이 옆으로 퍼진다. 천둥번개가 요란하고, 금방 강물이 불어난다.

소나기 구름 발달과정한여름 맑은 날 오후 소나기 구름 발달 과정


사례 2. 장마가 시작되기 전, 일기예보에서는 지루한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하늘은 맑다. 하늘에 보이는 거라고는 서쪽 하늘에 새털 같은 구름뿐이다. 오후에 새털구름이 하얀 비단처럼 펴지면서, 이따금 고등어 비늘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등어 비늘이 커져 양 떼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단처럼 하얗던 구름은 점차 고도를 낮추며 희색으로 변한다. 희색의 구름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일기예보처럼 지루한 비가 내린다. 이따금 비가 잠시 그치면, 구름이 낮게 내려온다. 낮게 내려온 구름은 안개가 된다.


장기간 내리는 구름 발달과정장기간 내리는 구름 발달과정



인간은 분류의 동물이다


인간은 분류를 하지 않으며 속이 터져 죽는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모든 것을 분류한다. 지구상에 바글거리는 모든 생명체를 '종속과목강문계' 일곱 가지로 분류했고, 다양한 인간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었다. 강물처럼 흐르며 수시로 변하여 우주의 별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구름도 10종류로 분류했다. 분류의 기준은 높이와 형태다. 높이는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 그리고 연직으로 발달하는 수직운으로 분류하고, 형태는 덩어리인지 아니면 넓게 퍼져있는지로 나눈다.


상층운 : 권운, 권적운, 권층운

중층운 : 고적운, 고층운, 난층운

하층운 : 층적운, 층운

수직운 : 적운, 적란운


구름 이름에 적(積)이 들어가면 뭉게구름처럼 덩어리 형태고, 층(層)이 들어가면 장마철 하늘을 덮은 구름처럼 넓게 퍼졌다. 아주 흔하게 보이는 뭉게구름은 적운(積雲)이고, 여름철 장마 때 하늘을 두껍게 덮은 구름의 이름은 난층운(亂層雲)이다. 한겨울 하늘 높이 물고기 비늘처럼 떠 있는 구름은 권적운이고, 얇은 반투명 하얀 실루엣처럼 하늘을 덮은 구름은 권층운이다.


그리고, 호랑이와 사자가 모두 고양잇과에 속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사자와 호랑이는 다른 종인 것처럼, 구름도 수많은 종과 변종, 그리고 부변종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하면 총 100종이다(기본 운형 10, 종 26, 변종 31, 부변종 33).


관천망기로 날씨를 예측해 보기


벌써 날씨를 예측한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이미 우리는 사례 1과 사례 2에서 기본 운형 10종을 봤다. 사례 1은 한여름의 소나기가 내릴 때 구름의 변화를, 사례 2는 온난전선 앞에서 지루하게 내릴 때 구름의 변화다(전선과 강우 현상은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그러니까 한여름 오후에 내리는 세찬 비의 주인공 구름은 적란운이고, 지루하게 내리는 비의 주인공 구름은 난층운이다. 적란운과 난층운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10종의 기본 운형을 다 만날 수 있다.


다시 사례 1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땡볕이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날 아침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적운(A)이다.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다가 한낮이 되면 뭉게구름이 브로콜리처럼(B) 부풀어 오르다가, 거센 소나기가 내린다. 천둥번개가 요란하고, 금방 강물이 불어난다. 이때의 구름이 적란운(D)이다. 이따금 구름 아랫부분이 어두워지면서 구름 꼭대기를 가리는 데 이 구름이 층적운(C)이다. 계속 부풀어 오르던 구름 정상은 마치 투명 유리에 막힌 것처럼 구름이 옆으로 퍼져 흩어지면서 권운(E)이 된다.


사례 2. 일기예보에서는 지루한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하늘은 맑다. 하늘에 보이는 거라고는 서쪽 하늘에 떠 있는 새털 같은 구름이 권운(E)이다(적란운 정상에서 흩어진 권운과 같은 종이다). 오후에 새털구름이 하얀 비단처럼 펴진 구름이 권층운(A)이고, 이따금 고등어 비늘처럼 보이기도 하는 구름은 권적운(B)이다. 고등어 비늘이 커져 양 떼처럼 보이면 고적운(C)이다. 비단처럼 하얗던 구름은 점차 고도를 낮추며 희색으로 변하면 고층운(D)이고, 희색의 구름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일기예보처럼 지루한 비를 내리게 하는 구름이 난층운(E)이다. 이따금 비가 소강상태를 보일 때, 구름이 낮게 내려온다. 낮게 내려온 구름은 안개가 되는 데 이를 층운(F)이라고 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이, 한여름 오후에 갑자기 자라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구름의 일생을 유심히 보면 적운, 적란운, 층적운, 권운을 만날 수 있고, 저기압이 다가와 지루한 비가 내릴 때는 권층운, 권적운, 고적운, 고층운, 난층운, 층운을 볼 수 있다.


물론, 기본 운형 10종 말고도, 세부 분류로 100종이 있고, 구름은 한 형태로 머무르지 않기에 딱 잘라 저 구름은 뭐라고 단정 짓기 난해하지만,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한여름 강한 소낙비를 쏟는 사나운 적란운이나 지루한 비를 내리는 난층운의 일생을 가만히 보다 보면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구름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이처럼 구름의 형태를 보면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될지 대략 예측이 가능하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기승을 부리는 날 오후에 구름이 브로콜리처럼 부풀어 오르면 강한 소나기가 내릴 징조고, 늦봄에서 늦가을 사이에 하늘 높이 새털 같은 구름이 비단처럼 하얗게 펴지면서 점차 아래로 내려와 짙어지면 지루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날씨의 변덕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날씨의 변덕은 유난스럽다. 브로콜리처럼 부풀어 오르다가도 그냥 흩어지기도 하고, 하늘을 어둡게 덮고 있던 구름이 비 한 방울 떨어트리지 않고 그냥 사라질 때도 있다.


교과서의 내용과 함께 생각해 보기

안개와 구름은 다를까?<비상교육 중학교 과학 3, 73쪽>

안개와 구름은 모두 수증기가 응결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늘 높이에서 수증기가 응결하면 구름이 되고, 지표 부근에서 수증기가 응결하면 안개가 된다. 특히 구름이었다가 안개이었다가 하는 구름이 있다. 비가 내린 후 등 습도가 높을 때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이 땅으로 내려와 주변을 덮을 때가 이따금 있다. 이를 층운(F)이라고 한다. 이 안개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새벽에 생기는 안개와는 다르게 이동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