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어도 좋으니 눈물만 흘리지 마오
Sonnet 71
No longer mourn for me when I am dead
Than you shall hear the surly sullen bell
Give warning to the world that I am feld
From this vile world with vilest worms to dwell.
이 사악한 세상에서 벗어나
역겨운 구더기들과 살아간다고 경고를 울리는
차갑고 우울한 종소리가 멈추면
더 이상 나의 죽음을 애도하지 말아요
Nay, if you read this line, remember not
The hand that writ it, for I love you so
That I in your sweet thoughts would be forgot,
If thinking on me then should make you woe.
더불어 이 문장 읽게 되면
이 글의 주인을 떠올리지 말아요
나는 그대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당신을 울릴 바에야 그대의 아름다운 머릿속에서 잊히겠어요
O, if, I say, you look upon this verse
When I perhaps compounded am with clay,
Do not so much as my poor name rehearse,
But let your love even with my life decay,
아, 내가 이미 흙 속에 묻혔을 때
당신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나의 하찮은 이름 읊기조차 하지 말고
내 죽음과 함께 나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땅에 묻어요
Lest the wise world should look into your moan
And mock you with me after I am gone.
당신의 울음소리를 듣고 이 세상이
나와 함께 그대를 조롱하지 못하도록.
(번역/필자)
소네트 71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들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인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문장 구조가 현대와 비슷해서 쭉쭉 읽히는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문법 구조부터 고전적이라서 현대의 문법으로는 이해하는데 복잡한 것들이 있거든요.
소네트 71번의 구조는 시작부터 끝까지 선형적이에요. 나의 죽음에 애도하지 말라는 것에서 시작하여, 다음 행에서는 그것의 근거를 제시하고, 마지막에는 결론을 내리죠. 비유와 상징을 활용하여 시각화하기보다는 주장과 근거로 이루어진, 소네트 18과 비슷한 구조예요. 따라서 시의 핵심도 숨겨져 있지 않아서 이해하기에 쉬워요.
그 당시에는 누군가 죽으면 교회에서 종을 울렸는데요 (death knell*), 나이와 성별에 따라 횟수가 달라졌어요. 한 번 울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몇 분 간은 울렸을 거예요. 그런 만큼, 첫 행에서 종이 울리는 동안까지만 나의 죽음을 애도하라고 했으니 그래도 조금은 슬퍼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성별을 알리기 위해 여성은 세 번을 두 차례 울리고, 남성은 세 번을 세 차례 울린 후에는 나이만큼 종을 울렸어요.
종소리가 멎음과 함께 더 이상은 자신을 애도하지 말라고 하죠. 이 소네트를 읽을 때에도 자신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데, 조금은 모순적인 것 같기도 해요. 차라리 이 소네트가 없었더라면 생각을 안 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사랑하는 자에게 잊히고 싶어 하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약간은 이기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또 동시에 감동적인 것 같아요. 본인이 죽으면 분명히 애도할 것을 알기에 한 치 앞을 보고 마지막 포옹을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3행까지 오니 마음이 충분히 안정되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건지 이제는 본인을 완전히 잊으라고 하네요. 2행에서는 얼굴을 떠올리지 말라고 하더니 3행에서는 이름조차 떠올리지 말라고 해요. 세상이 그 애도를 보고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애도하는 이를 조롱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도 이 소네트를 읽으면 마음이 조여와요. 실제로 셰익스피어가 죽어가던 건 물론 아니었지만요 (71번 이후 여러 소네트들이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내가 죽으면 나를 떠올리지 말라고 말하는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정말이지 마음이 아파요.
Reading between the lines
앞선 소네트 요약은 you를 fair youth (셰익스피어가 그의 소네트에서 언제나 찬양하던 이름다운 젊은이)로 이해하고 단어를 그 자체로 이해한 결과물이에요. 이번에 해 볼 요약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이 단어들의 상징과 이중적인 의미들을 파헤쳐보고자 해요.
먼저, 이 소네트는 71번이잖아요. 그 당시에 70살을 넘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Katherin Duncan Jones라는 영국의 영문학 학자는 이 소네트는 셰익스피어가 본인의 죽음 이후의 세상을 상상해 보는 관점일 수도 있을 거라고 제안했어요.
1행: 1st quatrain
그는 죽음 이후에 천국이 아닌 구더기와 함께 살아가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어요. 역겨운 세상에서 동일하게 역겨운 구더기들과 함께 사는, 안 좋은 것에서 더 안 좋은 것으로 이동을 하는데요, 자기 연민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심각한 느낌은 적은데요, 죽음을 다루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어들로 재미를 보고 있죠.
No longer mourn for me when I am dead
Than you shall hear the surly sullen bell
Give warning to the world that I am feld
From this vile world with vilest worms to dwell.
앞 알파벳이 반복되는 것을 영문학에서 alliteration (두운법)이라고 해요.
2번째 문장에서는 surly sullen, 3번째에서는 warning to the world, 4번째에서는 vile world with vilest worms와 같은 식으로 앞 글자가 반복되고 있죠.
2행: 2nd quatrain
"you"는 앞선 해설처럼 셰익스피어가 사랑했던 "fair youth"라는 특정한 독자일 수도 있지만, 모든 독자들(public readership)을 아우르는 것일 수도 있어요. 후자로 이해한다면 조금은 덜 낭만적이고 셰익스피어의 자기 연민, 자기의식이 다분히 느껴져요.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서 죽음 이후에도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더욱 굉장한 극작가가 새롭게 탄생한다면 셰익스피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겠죠. 즉, 2행은 마치 어차피 잊힐 것이라는 전제를 두는데, 그것이 본인이 지는 해라서가 아닌, 잊히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본인의 처지가 덜 불쌍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3행: 3rd quatrain
Nay, if you read this line, remember not
The hand that writ it, for I love you so
That I in your sweet thoughts would be forgot,
If thinking on me then should make you woe.
3행은 2행에서 더 나아가 대중들에게 본인을 아예 잊어버리라고 말하죠.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2행의 마지막 단어인 "woe"[워오]에서 3행의 첫 단어인 'O' [오우]가 동일한 발음으로 이어지는데요, 겉으로 보이는 내용과는 다르게 장난스럽죠.
마지막: couplet
Lest the wise world should look into your moan
And mock you with me after I am gone.
마지막 이행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1행에서는 역겹고 사악하다고 표현한 세상 (vile world)을 여기서는 지혜로운 세상(wise world)이라고 표현을 했어요. 그런 만큼 여기서 wise는 지혜롭다고 받아들이기보다 조금 부정적인 어감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스스로가 지혜롭고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셰익스피어의 눈에는 역겹게 보이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죠?
여기서도 you라고 읽는 이를 지목하는데요, 앞서서 you란 fair youth 혹은 대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언급을 했어요. 그런데 또 세 번째 대상이 있을 수도 있어요. 바로 이 소네트 자체인 거죠. 이 소네트를 읽고 이 세상이 이 소네트와 함께 셰익스피어를 조롱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흔히 있는 일이죠. 당대에서는 굉장하다고 받아들여진 작품이 또 후대에서는 우스꽝스럽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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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어떤 관점이 좋으신가요? 전 개인적으로 낭만적인 첫 번째 관점으로 읽는 것이 좋지만요, 또 비판적으로 읽는 두 번째 관점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정말이지 문학이란 무한한 가능성 속에 있는 것 같지 않나요? 특히 이 12줄로 이루어진 소네트가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뜻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해요.
다음에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아닌 20세기 문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
https://museumsonthegreen.org/wp-content/uploads/Church-Bells-and-Death-Knell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