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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제1장

청년들을 위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지혜 한 조각

by River

어느 젊은 시인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질문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릴케의 대표 서적으로 남겨지게 되었죠.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Letters to a Young Poet)


첫 번째 편지:

시인을 꿈꾸던 청년은 한 때 릴케의 대학 스승이었던 호라체크 교수의 추천으로, 현재 시인이 된 릴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가 직접 쓴 시 두 편도 동봉하여 평가를 부탁한다.


".. my dear Sir, the only advice I have is this: to go into yourself and to examine the depths from which your life springs; as its source you will find the answer to the question of whether you have to write" (11).
"제가 당신께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것뿐입니다: 내면으로 들어가 가장 깊은 곳까지 탐구하여 당신의 삶의 열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찾아보십시오. 그 원천이 당신이 글을 계속 쓸지에 대한 대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릴케는 시인이 특수하고 특별한 직업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외부가 아닌, '나'라는 인간이 끝없는 자원 저장고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태생적으로 생각과 통찰을 끝없이 하는 적성이 요구되죠. 사랑처럼 심오한 주제가 아닌, 아주 간단한 일상에서도 시 한 편이 우러나오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시인의 재능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그는 내적인 탐구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글을 쓰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세상과 단절되어도 시를 쓸 수 있는 창의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인이 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또, 그 평가는 스스로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판사의 평가도, 릴케 자신의 평가도 큰 의미는 없다고도 덧붙여요.


릴케는 시에 대한 답변을 한 것이지만 이것은 삶 전반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타인을 향하죠. 나와 비교해보기도 하고, 쓴 말을 자처하여 들어보기도 해요. 그런데 릴케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해요. 그 정답은 스스로에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외부적인 것처럼 명쾌하고 빠르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합격과 불합격, 만족과 불만족처럼 척도에 따른 결과는 아니기에 답답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러한 불편한 과정은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릴케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자주 언급되는 사랑과 같은 주제는 피하라고 해요. 접근은 쉽지만 과도하게 사용되는 탓에 그것의 매력을 살리려면 훨씬 성숙한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요. 나의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내가 느끼는 것을 쓰라고 조언을 해주죠. 나의 고유한 역량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인 셈이에요. 시에 대한 이런 설명, 마치 삶에 대한 것과도 유사하지 않나요? 고유한 경험을 적어내라는 릴케의 말처럼, 우리는 나만의 삶을 살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하잖아요. '남들이 한다고 하지 말고'라는 말은 모두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었을 거예요.

"And if from this turn inwards, from this submersion in your own world, there come verses, then it will not occur to you to ask anyone whether they are good verses... for in them you will see your beloved natural possessions, a peice, and a voice, of your life" (10).
"이로써 내면을 향하게 되면 고유한 구절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그렇게 쓰인 구절들은 그 자체로 당신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될 것이고, 타인의 인정은 불필요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왜 나만의 것을 찾는 게 중요할까요? 아마도 그래야지 굳건해져서가 아닐까 싶어요. 외부적인 자극에 따라 시를 쓰는 것이나 선택을 하는 것이나, 결국 그 자극이 사라지면 나의 동기도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아무리 좋은 시, 좋은 삶이라도 그것이 외부 조건에 전적으로 의지를 한다면 꼭두각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때문에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가 원하는 결과를 그려나가라고 하나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들의 연속으로 만들어가는 삶은 타인의 인정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질 것이에요. 스스로가 만족하는데 아무렴 그 어떤 것에 흔들릴까요.


"But even then, to have taken pause in the way I am asking you to will not have been in vain. Whatever happens, your life will find its own paths from that point on, and that they may be good, productive and far-reaching is something I wish for you more than I can say" (11).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제 조언을 받아들이고 그 길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든 거기서부터 당신의 삶은 알아서 올바른 방향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 훌륭하고, 풍요로우며 창대하기를 그 무엇보다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을 위해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결정이 사실은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어요. 오랫동안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왔던 사람이 재능의 한계를 느꼈을 때 그 꿈을 접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릴케는 위와 같이 말해줍니다. '꽃길을 걷기를 바란다'는 말이죠.


마무리

학창 시절,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잔잔하고 단조로웠어요. 그 어떤 사건 앞에서도 놀라지 않고 무던히 받아들이는 시인이 그려졌죠. 그래서인지 정말로 그의 말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용기가 솟았어요. 이 글을 통해 모두가 비슷한 희망과 용기를 느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 as well as I can, I have attempted with this sincere reply to make myself a little worthier of it than, as a stranger, I really am" (12).

릴케는 자신을 믿고 편지를 보내온 청년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편지를 이렇게 마무리해요: "

"이방인과도 다름없는 제가 쓴 이 편지가 당신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진심을 담아 대답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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