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물들의 이야기
까꿍! 나는 염소 기체야.
어? 날 부른 게 아니라고?
아닌데? 너 지금 락스하고 식초 섞었잖아. 그래서 내가 짠~하고 나타나게 만들었잖아.
어서 다시 들어가라고?
미안.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어.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지.
무슨 일을 하느냐고?
가르쳐 주지.
난 말이야. 실은 전자를 엄청 좋아해. 힘이 엄청 세지.
내가 만나는 원자들은 대부분 날 만나면 전자를 상납하지.
원자들이 전자를 뺏기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글쎄? 혹시 산화라고 들어봤어?
날 만난 원자들 대부분은 산화되고 말아.
산화가 뭐냐고? 이런 거야. 들어봐.
색깔 분자가 날 만나면 구조가 파괴되어 색깔이 없어지지.
세균이 날 만나면 죽고 말지.
세포가 날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정답! 세포도 날 만나면 죽을 수 있어.
그러니 미안하지만 날 들이마시지 마. 그러면 난 네 기관지로 폐로 들어가서 세포를 죽일지 몰라.
무섭다고? 그래야지. 난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가 맞아.
하지만 말이야. 나도 때로는 쓸모가 있어.
아까 난 세균도 죽이고 색깔 분자의 색도 없앤다고 했잖아.
그러니 난 살균도 잘하고 표백도 잘해.
때론 너무 잘해서 문제지.
날 색깔 옷을 만나게 하면 흰 얼룩을 얻게 되지.
빨간색 옷을 분홍색 얼룩이로 만들 수도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뭐. '아싸 얼룩 옷 득템'을 외치며 조용히 울어야지.
그런데 말이야. 혹시 차아염소산이라고 들어봤어?
걔는 실은 내 아이야.
나하고 물이 만나서 만든 아이지.
나 닮아서 세균은 잘 죽이는데 물을 닮아서 좀 순해.
꽤 괜찮은 녀석이야. 소독제로 쓰면 괜찮은 녀석이니 종종 이용해 줘.
아 저기 세균이 보이는군.
그럼 난 세균을 죽이고 사라질게. 네 폐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좀 아쉽긴 하다.
다음에 또 날 보고 싶으면 락스하고 식초를 섞어. 단 '유언장'은 준비해 두는 것을 잊지 말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