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그 남자
이 글에 나오는 인물들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가상의 인물들입니다. 에피소드는 화학 키워드를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다소 유치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밥맛 없다고 밥투정을 하는 당신, 정말 짜증 나는 거 알아? 나도 당신하고 똑같이 고등학교 다니면서 죽어라 공부했고 대학 다니면서 취업 준비했어. 잠도 못 자면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활비도 보탰고. 그리고 울 엄마 나한테 집안일 시킨 적 없어. 나도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느라 정말 죽을 고생 했다고. 그런데 왜 나는 해 보지도 않은 음식 솜씨가 처음부터 좋아야 하고 청소며 빨래는 척척박사여야 하고 내 생일은 기억도 못하는 시누이 생일까지 챙겨야 하지?
자취하면서 밥 해 먹지 않았냐고? 그래 해 먹었어. 라면 사서 쟁여놓고 햇반이랑 먹었어. 라면은 누구보다 잘 끓일 자신 있어. 라면에 계란 언제 넣으면 반숙으로 맛있게 되는지 잘 알아. 그런데 그거 알아? 혼자 살면서 내가 무슨 요리사 준비했어? 그냥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아침에 천근만근 같은 몸 끌고 회사 다녔어. 당신 그거 알잖아. 내가 정규직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거 다 까먹은 거야? 어떻게 결혼하자마자 사람이 이렇게 변해?
나 당신 사랑해. 당신한테 맛있는 밥 해 주고 싶어. 하지만 나 아직 주부는 초보야. 회사에선 꽤 잘 나가는 인간으로 살지만 살림살이는 정말 이번이 처음이야. 그런데 나도 여유란 걸 좀 가지고 싶다. 진짜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밥 해 달라고 보채면 진짜 미치겠다.
근데 당신 공대 나왔잖아. 왜 전구도 안 갈아 끼는데? 화학 지식 많이 뽐내잖아. 그러면서 왜 화장실 물 때는 못 없애?
뭐? 왜 맨날 핸드폰이나 보고 있냐고? 나 지금 화학 배우는 중이야. 당신이 잘난척하면서 안 가르쳐 주는지 못 가르쳐 주는지 모를 화학 배운다. 그래서 살림살이 좀 더 편하게 하려고 그런다. 그것도 하면 안 되냐? 오늘은 진짜 근처도 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