쯩의 전쟁과 쩐의 전쟁

by 원우

미국에 도착 헤서 첫날부터 시작되는 전쟁이 있다. 한국에 있으면 쩐의 전쟁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쯩의 전쟁도 같이 하여야 한다.


쩐은 알다시피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돈의 전쟁이고 쯩의 전쟁은 미국에서 합법적 지위를 갖기 위한 영주권과의 전쟁이다. 매일매일 중요한 것은 생존을 위한 쩐의 전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쯩의 전쟁도 중요하다.


최근에 트럼프가 미국에 있는 우리 교포들에게 하는 것을 다 이해하셨으리라 믿지만 그 전임자까지는 불범이민에 대한 단속이 거의 없었다. 내가 12년 동안 식당을 하는 동안에도 식당에 찾아온 이민국 직원은 한명도 없었고 서류 보완하라고 요구받은 적도 없다. 실무적으로 Mexico 계통 종업원들이 채용때 social security number(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인데 생년월일이 아니라 무작위 번호)를 주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하지 않고 번호만 있으면 채용을 하기 때문에 고용기간 내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 와서도 쯩이 없는 교민을 많이 보았다. 처음부터 쯩없이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제외하고 대게는 쯩을 갖기 위해 시도를 한다. 운이 좋아 좋은 고용주를 만나면 그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지만 악덕 고용주를 만나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래도 시간과 돈이 더 들어도 받으면 다행이나 어떤 경우는 돈도 더 들고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나서도 영주권을 못 받는 분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그런 문제로 교민들이 나에게 묻곤 하면 나는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처음 영주권수속을 한 직장에서 버티라고 이야기해 준다. 주지하시다 피시 영주권은 직장을 옮기면 재 신청(전에 신청한 것은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함) 해야 하고 그러면 시간이 지체되고 돈도 더 들게 되고 또 운이 없으면 새 고용주도 악덕 고용주로 판명된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영주권은 본인도 중요하지만 자라라는 아이에게도 중요하다. 합법적 지위를 가지지 못하면 아이들이 위축되며 졸업 후에 신분문제로 취업 시 자유롭지 않아 아이들에게 너무나 커다란 짐을 안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많은 좋은 교포들도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주변에서 보아왔다. 먼저 온 교민이 뒤에 이민 온 같은 동포를 저임금으로 장기간 착취하고 또 영주권이 나오기 전에 해고하고 다시 새로운 직원을 뽑아 착취하고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는—


물론 돈 벌기 어려운 미국에서 그 방법이 가장 좋은 생존방법일 수는 있지만 같은 동포를 대상으로 그런 짓을 하다니—그래서 미국에서는 사기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정된 자원(돈)을 가지고 두 전쟁을 치러야 하는 미국에 이민 온 우리들의 삶은 치열하다. 쯩을 위해서 노력은 하여야 하지만 쩐을 위해서 하루하루도 힘겹게 버텨내야 하고—


또 쯩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쯩이었어도 하던 사업이 잘 못되어 쩐의 문제가 생기는 분도 많이 보았고 또 어떤 경우는 잘 자리 잡아 쩐의 성공을 그런대로 거두었으나 쯩의 전쟁에 실패하여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분들도 많이 보아왔다.


그래도 쩐의 전쟁이 중요하다. 하던 사업이 잘되면 합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저절로 그런 문제가 풀릴 가능성 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살면서 한 교포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분은 미국 올 때 쯩을 해결해 준다고 하여 박봉으로 오래 근무하였지만 그 고용주가 부도가 나 공중분해되어 스스로 사업을 개척한 분이었다. 오랜 기간 어려움을 이겨내고 먹고살만하게 되었는데 합법적 지위를 얻는 방법은 때로는 찾기가 쉽지 않아 아들을 데리고 와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자기는 아이들도 곧 대학을 졸업하게 돼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자기 신분을 해결 못하여 자식도 신분문제가 해결 안 되어 졸업을 앞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교포는 갓 이민 온 사람을 고용하여 기술도 가르치고 월급도 가족이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주고 영주권 나올 때까지 고용하고 영주권 받은 뒤에 독립한다면 도와주고---


이런 분들도 있으니 우리의 미국생활은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처음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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