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또한 도파민 때문이다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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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 입주한 뒤 문 앞에서 비밀번호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곤욕을 치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집의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아직 기저핵에 충분히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비밀번호를 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때로는 입으로 중얼거리기까지 하면서 눌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반복이 쌓이면, 굳이 비밀번호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이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두뇌 부위가 바로 기저핵이다.


그런데 이 기저핵은 전전두엽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에 매우 민감한 영역이기도 하다. <그림 6-2>에서 보듯이 중뇌(midbrain)에 위치한 흑색질(substantia nigra)은 기저핵으로 도파민을 공급한다. 이 도파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저핵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같은 운동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도파민은 전전두엽과 기저핵이라는 두 핵심 부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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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핵의 역할은 현관문 비밀번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림 6-1>에서 보듯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컴퓨터 자판 치기 역시 기저핵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는 자판에 적힌 모든 글자를 눈으로 확인하며 의식적으로 입력해야만 한다. 하지만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지면, 더 이상 자판을 보지 않아도 손가락의 움직임만으로 원하는 글자를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컴퓨터 자판에 해당하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들이 하나의 완성된 지도로 기저핵에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관문 비밀번호와 컴퓨터 자판 입력은 모두,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적 과정과 두뇌의 기저핵이 깊이 관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무의식이 있다. 바로 감정이다. 사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이전에 감정적인 존재다. 우리는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감정을 거의 즉각적으로 느낀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기억은 특정한 감정이 함께할 때 훨씬 더 강하게 저장된다. 어떤 경험을 할 때 느꼈던 감정은 기억과 함께 편도체(amygdala)에 저장되고, 이후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릴 때 당시의 감정 역시 함께 되살아난다. 이런 의미에서 감정 또한 무의식의 중요한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분명히 기억나는 사건은 없는데 감정만 강하게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불편하거나 싸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정 장소에 대해 이유 없이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바로 무의식에 저장된 감정의 기억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핵심 부위가 바로 편도체다.


편도체는 인간을 감정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매우 중요한 두뇌 구조다. 만약 이 부위가 없다면, 우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나 좀비와 같은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편도체는 우리가 매 순간 경험하는 외부 환경에 대해 감정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전의식)에 대해서도 감정을 덧붙인다. 나아가, 명확한 기억이 없는 대상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감정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무의식적인 감정이다.


물론 이러한 무의식적 감정 역시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근원은 과거에 경험했던 의식적인 감정에 있다. 과거에 특정 자극과 함께 느꼈던 감정이, 이후 비슷한 자극을 만났을 때 마치 데자뷔처럼 다시 활성화되는 것이다. 다만 그에 대응되는 구체적인 기억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적 감정의 실체다.


지금까지 프로이트가 말한 의식, 전의식, 무의식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해 보았다. 이제 이러한 개념들을 더욱 쉽게 이해하기 위해, 두뇌의 각 부위를 나타낸 그림을 함께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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