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6-3>에서 보듯이, 의식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에 해당하고, 전의식은 해마(hippocampus)와 두정엽·측두엽·후두엽 등 대뇌 피질 전반에, 무의식은 기저핵(basal ganglia), 편도체(amygdala), 소뇌(cerebellum)에 각각 대응시켜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이러한 구분이 가능한 이유를, 각 두뇌 부위의 기능과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의식은 왜 작업기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 작업기억이란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고, 동시에 조작하는 두뇌의 인지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실 의식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기억을 의식의 핵심 기제로 이해하는 연구자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이 견해에 동의한다.
그 이유는 ‘의식’이라는 개념의 일상적 사용 방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식이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나 외부 대상에 대해 인식하고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 친구는 남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
“그 사람은 의식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군.”
“사고 후 의식을 잃은 사람이 있다.”
이러한 표현들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의식이란 결국 외부 자극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을 가능하게 하려면, 현재의 자극을 과거의 경험과 비교·판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기능을 수행하는 두뇌 영역이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식은 작업기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능적으로 상당 부분 겹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전의식은 해마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전의식이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의식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정신적 내용의 영역을 의미한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억(memory)의 개념과도 일치한다. 기억 역시 두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의식 수준으로 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억은 두뇌의 어느 부위에 저장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억의 유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억에는 감각기억과 단기기억, 그리고 장기기억 등이 있다. 인간의 오감을 통한 감각기억은 1초 이내로 지속시간이 무척 짧다. 감각기억 중의 일부가 단기기억으로 넘어간다. 단기기억은 보통 몇 초에서 1~2분 정도만 유지된다. 작업기억 또한 단기기억의 일종이다. 그리고 단기기억 중 일부가 장기기억이 된다. 장기기억에는 크게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과 비서술기억(Non-declarative memory) 등이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른 구분이다. 이를 프로이트의 세 가지 정신 구조에 적용한다면, 의식과 전의식은 말로 설명이 가능한 서술기억이고 무의식은 말로 설명이 어려운 비서술기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두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는 피질(cortex), 소뇌(cerebellum), 해마(hippocampus), 편도체(amygdala), 기저핵(basal ganglia) 등이다. 이중 우리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가 바로 피질과 해마 등이다. 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는 기저핵과 소뇌, 편도체 등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억에는 습관적인 몸동작과 같은 운동 기억과 기분과 같은 감정 기억 등이 있다. 이중 운동 기억은 기저핵과 소뇌, 감정 기억은 편도체에서 각각 담당한다. 앞에서 의식은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는 <그림 6-3>과 같이 두뇌의 앞쪽 피질인 전전두엽에 해당한다. 배외측 전전두엽은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15~30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만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이다.
이와 관련하여 1956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조지 밀러(George Miller)는 ‘마법의 숫자 7[(Magic Number 7(±2)]’라는 재밌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단기기억의 용량은 최대 7개까지라고 한다. 실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숫자 기억 실험에 따르면 대부분 5~9개 정도를 기억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배외측 전전두엽이 담당하는 작업기억의 기능이다.
그렇다면 배외측 전전두엽 이외의 나머지 피질 부위들은 어떤 기억을 저장할까? 바로 인간의 오감(五感)의 자극에 대한 기억을 저장한다, 오감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이다. 이러한 오감은 두뇌의 여러 피질 부위에 나뉘어 저장된다. 시각은 후두엽(occipital lobe), 청각과 후각은 측두엽(temporal lobe), 미각은 일차 미각 피질(primary gustatory cortex), 촉각은 체감각 피질(somatosensory cortex) 등에 각각 저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