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히틀러와 같은 인물로부터 사고가 강하게 영향받을 때,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뇌 부위가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무의식적 습관의 자리, 기저핵이다. 앞서 그림자의 자리로 기저핵을 설명하며 일본 과학자들의 실험을 하나 소개한 바 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이 반복적인 광고에 노출될수록 기저핵의 활동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더욱 돕기 위해, 기저핵과 관련된 1960년대의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추가로 소개하고자 한다.
호세 델가도(José Delgado)라는 스페인 출신의 신경생리학자가 있었다.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그는 1960년대, 당시로서는 무척 생소했던 동물 두뇌에 전기 자극을 가해 행동을 조절하는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그런 그가 수행한 전설적인 실험이 바로 1963년, 무서운 황소의 움직임을 제어한 사건이다.
이 실험을 위해 그는 사전에 황소의 뇌 깊숙한 곳, 정확히 말하면 기저핵 근처에 특수한 장치를 심었다. 그 후 스페인의 한 목장에서 이 황소를 상대로 자신의 목숨을 건 실험을 진행했다. 잔뜩 화가 난 덩치 큰 황소가 커다란 뿔을 휘두르며 델가도를 향해 달려오던 바로 그 순간,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조그마한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델가도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던 황소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내 온순해진 것이다. 이후 황소는 몇 차례나 다시 델가도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때마다 델가도는 리모컨을 눌렀고, 동시에 황소는 움직임을 멈추고 순해졌다.
그렇다면, 그렇게 무섭게 달려들던 황소가 갑자기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실험 전에 특수한 장치가 심어졌던 황소의 뇌 특정 부위가 바로 기저핵이었기 때문이다. 기저핵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했다. 기저핵은 인간이나 동물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습관적 몸의 움직임에 대한 ‘행동의 지도’가 저장된 장소다. 황소의 기저핵에는 인간을 보면 본능적으로 달려들도록 하는 행동 패턴이 이미 각인되어 있다. 델가도는 바로 이 기저핵 부위, 정확히는 미상핵(caudate nucleus)에 장치를 심었고, 리모컨을 통한 전기 자극으로 황소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었다.
사실 과학에 큰 관심이 없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유난히 무선(無線)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선이 연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선 신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무선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과 통화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자동차 또한 원격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스마트폰에 어떤 전기선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전자기파라는 전기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다. TV 리모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러분이 비웃는 텔레파시 또한,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가 있다. 이미 설명했듯이, 우리의 두뇌 속에는 신경세포인 뉴런들이 빽빽하게 존재한다. 이 뉴런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그 주변에는 미세하지만 분명한 전기적 활동이 발생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특정한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에 대응하는 독특한 전기적 패턴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물리학적으로 전기 현상은 항상 자기 현상과 함께 나타난다. 즉, 전기적 활동에는 자력(磁力), 다시 말해 물체를 밀고 당기는 성질이 수반된다. 결국 우리의 특정한 생각에서 비롯된 전자기적 활동은 이론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대상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지닌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텔레파시의 과학적인 원리이다.
이 개념을 델가도의 실험에 적용해 보면, 델가도가 사용한 리모컨은 하나의 외부 자극 장치, 다시 말해 특정한 신호를 전달하는 도구다. 이 리모컨에서 발생한 전기적 신호가 황소의 기저핵을 자극해 움직임을 멈추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리모컨이든, 두뇌든, 모두 전자기적 원리를 통해 떨어진 대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인 리모컨으로도 황소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인간의 두뇌 또한 그러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텔레파시를 가장 잘 구사했던 인물은 아마도 예수(Jesus Christ)일 것이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행한 수많은 기적이 기록되어 있다. 나는 예수야말로 텔레파시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가장 잘 이해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텔레파시적인 영향력을 통해 병자들을 고치고,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을 것이다. 성경에는 예수가 중력을 무시한 듯 물 위를 걷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이 장면 또한 양자역학적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텔레파시적 현상의 하나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