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Self): 독재자가 성공하는 이유
융의 영혼의 지도
by 카사노바의 생존 심리학 Mar 27. 2026
나는 두뇌 중심부, 아마도 뇌량(corpus callosum) 근처에 초의식을 담당하는 극소수의 뉴런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뉴런들은 평상시에는 거의 활동하지 않다가, 어떤 특정한 계기를 통해 갑작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흔히 영감(靈感)이라고 부른다. 영감은 천재적인 예술가들에게 자주 떠올라, 그들이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일반인에게도 이러한 영감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다만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귀중한 영감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채 그냥 사라지고 만다. 물론 그것이 영감인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한편 과학자들은 이러한 영감을 무의식의 작용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오랜 시간 생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영감이라는 것이다. 즉, 의식을 성실하게 사용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이 선물처럼 건네주는 결과가 영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나는 이 설명만으로는 충분히 만족할 수 없었다. 보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두뇌의 특정 부위에서 초의식을 찾고자 했다. 물론 이러한 나의 설명이 다소 비과학적이거나 과감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와 독자 여러분처럼 평범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복잡하고 난해한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 6-19>와 같은 구체적인 도식과 시각적 설명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처럼 소수의 초의식 뉴런이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두뇌는 특정한 형태의 사물이나 사고를 마치 자석처럼 끌어당기게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이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한 원리라고 본다. 또한 이렇게 끌려온 외부의 정보와 경험은 초의식 뉴런의 활성도를 더욱 강화시키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까지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텔레파시(telepathy)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텔레파시의 뿌리는 두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이다. 두뇌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뉴런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며 전기적·자기적 특성을 지닌 신호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리듬, 즉 진동이 형성되며, 인력과 척력과 유사한 효과 또한 나타날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러한 뉴런 간의 집단적 상호작용이, 자기를 실현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상의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은 어떤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만났을 때, 그의 주변에서 강렬한 분위기나 아우라(aura)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것이 그 전문가의 두뇌 속 초의식 활동에서 비롯된 강한 정신적 집중과 통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고, 그 과정에서 뇌량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초의식 뉴런들이 점차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방대한 자료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좌뇌와 우뇌에는 의식적·무의식적인 경험이 차곡차곡 축적되었고, 뇌량을 통한 좌우 뇌의 지속적인 정보 교환 속에서 중심부의 초의식은 점점 더 강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예수나 석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두뇌 초의식의 강력한 집중과 통합이 주변 사람들의 사고 방식, 즉 타인의 두뇌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융이 말한 집단무의식 발달의 마지막 단계, 곧 자기가 실현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자기를 실현한 사람들이 모두 예수나 석가처럼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자기를 실현한 사람 중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방향으로 자신의 초의식을 강화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다. 그는 독일의 국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 전쟁을 위해 독일 국민들을 강력하게 선동하고 세뇌하기 시작했다. 히틀러가 연설을 할 때면, 독일 국민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의 생각에 동조했다. 그는 전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하나의 강렬하고 부정적인 욕망을 향해 자신의 초의식을 집중시켰고, 그 결과 예수나 석가처럼 타인의 사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기실현의 경지에 거의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자기를 실현한 사람의 초의식은 일종의 텔레파시적인 영향력으로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시 또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바로 앞서 설명한 집단무의식, 특히 그림자의 집단적인 동기화 현상이다.
동기화(同期化, resonance)란 외부에서 가해지는 주기적인 힘의 진동수, 즉 주파수가 어떤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할 때 그 물체의 진동이 크게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특정 주파수에서 물체가 가장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다. 히틀러와 같은 뛰어난 연설가의 강렬한 연설은 청중의 사고에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을 것이고, 그 결과 사람들을 비판적 사고를 상실한 상태로 몰아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자기의 실현은 긍정적인 방향과 부정적인 방향 모두로 나타날 수 있다. 융이 말한 집단무의식 발달의 마지막 단계인 자기는, 두뇌의 뇌량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소수 초의식 뉴런의 활동과 그에 따른 강한 정신적 집중과 진동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타인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현상, 즉 텔레파시는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설명 가능한 현상으로 봐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