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의 꿈에 나타난 상징

카사노바의 신비한 꿈

이 꿈과 관련하여 R은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내게 말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R은 TV로 나폴레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R이 꿈속에서 경험한 장면과 매우 유사한 장면을 보게 된다. 바로 1800년,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공격하기 위해 알프스 산맥을 넘는 장면이었다. R은 이 꿈을 꾸기 전까지 나폴레옹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이런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다. 나는 이것이 융이 말한 동시성 원리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융이 말한 동시성의 원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따라서 시공을 초월한 나폴레옹의 정신이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을 매개로,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R의 꿈속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융이 주장한 집단무의식, 즉 원형(原形)에 관한 꿈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두엽의 의식적 통제가 약해진 정신병 환자들이 이러한 원형적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당시의 R 역시 그러한 상태였으니, 이런 꿈을 꾼 것이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과 평소의 물리학적 관심이 결합되어, ‘마력’이라는 단어에 대한 무척 흥미로운 이미지로 R의 꿈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말한 일종의 언어유희(word play)와도 유사한 현상으로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우리의 꿈은 평소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조차 놀라게 만드는 기발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이 꿈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통해 분석해 보겠다. 이 책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난 20년간 (R을 제외하고) 이 책을 실제로 끝까지 읽어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강조했듯, 인간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신 전체에서 의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라면, 무의식은 무려 90%에 이른다. 이 사실만 보아도 우리가 왜 무의식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무의식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통로가 바로 꿈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이 나폴레옹의 꿈을 『꿈의 해석』의 틀에 따라 분석해 보겠다.


먼저 치열한 전투는 체내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는 상태를 상징한다. 당시 R은 반드시 재기하여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품고 있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정복의 상징인 나폴레옹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여기에 나폴레옹이 탄 말(馬) 역시 강한 근육과 힘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나폴레옹’과 ‘말’은 남성의 ‘중요 부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병사들은 남성의 ‘정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병사들이 흘린 피로 바닥이 늪이 되어 질퍽거린다’라는 표현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이어서 등장하는 ‘산 정상에 정복의 깃발을 꽂는다’라는 장면은 관계 이후에 찾아오는 일종의 만족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 있다. 앞에서 남성의 ‘중요 부위’를 ‘나폴레옹’과 ‘말’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남성의 중요 부위는 하나이므로, 이 두 이미지 중 하나는 중요 부위이고 나머지 하나는 수십억 개의 정자 중 난자와 수정에 성공하는 단 하나의 정자를 상징한다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따라서 ‘말’을 중요 부위로, ‘깃발을 꽂는 나폴레옹’을 수정에 성공하는 ‘우두머리 정자’로 해석한다면, 이 꿈의 전체적인 상징 구조를 매우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전 01화나폴레옹이 된 카사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