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프로이트와 융이 꿈을 분석했던 방식을 비교해 보자.
책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일반인이라면, 역사상 최고의 꿈 전문가는 프로이트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꿈을 체계화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대중은 2등보다는 1등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무의식과 꿈 분석에 대해 융보다 프로이트를 더 먼저 떠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융의 저서를 실제로 읽어보면, 오히려 최고의 꿈 전문가는 프로이트가 아니라 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생전에 이들이 분석했던 꿈의 숫자만 비교해 보아도 분명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자신과 환자들의 꿈을 포함해 대략 200여 개의 꿈을 분석했다. 반면 융이 분석한 꿈의 수는 무려 8만 개가 넘는다. 물론 단순히 숫자만으로 두 사람의 실력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꿈을 분석하는 깊이에 있어서도 융은 결코 프로이트에 뒤지지 않았다.
사실 프로이트와 융이 꿈을 분석하는 방법은 많이 달랐다. 프로이트의 꿈 분석이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마치 수학 공식처럼 명확하다면, 융의 꿈 분석은 직관적이고 종합적이며, 마치 철학처럼 심오하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이트의 책보다는 융의 책이 일반 독자에게는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실제로 꾸는 꿈의 특징을 떠올려보자. 꿈은 과연 수학 공식처럼 간단명료한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경험하는 시각적 이미지인 ‘꿈 내용’은 ‘꿈 작업’을 거쳐 본래의 모습이 많이 가공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 이면에 있는 ‘꿈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꿈 분석’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꿈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매우 복잡한 구조를 지닌다. 그렇다면 이를 해석하는 방법 역시 단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지녔던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하는 가장 단순한 공식을 찾고자 했다. 그 결과가 바로 “꿈은 소원 성취다”라는 간결한 명제였다. 그러나 이러한 틀에 맞춰 꿈을 해석하려 할 경우, 꿈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놓칠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반해 융은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를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과정으로 보았다. 이는 마치 영화의 결말을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열린 결말과도 같다.
사실 역사상 최고의 꿈 전문가였던 프로이트와 융조차도 우리가 왜 꿈을 꾸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꿈이라는 현상은 인간에게 복잡하고 난해한 영역이다.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현대 인류가,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꿈이라는 신비한 현상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신비로운 꿈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역시 수학 공식이 아니라, 영화의 열린 결말처럼 유연해야만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프로이트의 방법보다 융의 꿈 분석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에 대해 융 심리학 전문가인 C. S. 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융은 꿈의 의미에 대해 늘 개방적으로 생각하려 했고, (프로이트와는 달리) 그것을 미리 구상된 이론적 틈에 억지로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꿈의 의미에 관하여 알아내고자 할 때에는 꿈 가까이에 머물러야 하며, 꿈을 꾼 사람의 자유 연상에 끌려서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융은 생각하고 있었다. 융은 꿈을 꾼 당사자는 종종 자유 연상에 의해 관계없는 것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꿈을 이해하려는 목표를 밀어내려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므로 꿈의 요소들을 확대하는 방법을 쓰면 꿈을 꾼 당사자를 꿈 내용과 결부시킬 수 있었다.”
“융 자신의 통계에 의하면, 그 직업에 종사하는 동안에 융은 8만 개 이상의 꿈을 해석했다고 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어째서 그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꿈의 최고 전문가로 간주되고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 『융 심리학해설』 중 -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꿈을 이론적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할수록 꿈의 본래적이고 진정한 의미에 도달하는 길은 오히려 멀어진다. 물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꿈이라는 무의식 현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여전히 탁월한 고전이다. 그러나 꿈이 지닌 복잡하고 난해한 성격을 고려해 본다면, 나는 프로이트의 방법보다는 융의 접근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나폴레옹의 꿈을 융의 방법을 통해 해석해 보겠다.
융에 따르면,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심리적 균형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융 또한 의식에 의한 무의식의 통제가 강해질수록, 그에 대한 반발 역시 더욱 커진다고 보았다. 무의식에 대한 의식의 억압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신경증이나 정신병, 나아가 신체적 증상이나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무의식은 무조건 억압할 대상이 아니라, 의식의 영역으로 적절히 불러와 통합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비난, 혹은 자신의 도덕적 양심 때문에 이를 회피한다. 그 결과 무의식은 어쩔 수 없이 꿈이라는 형태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의식에 전달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융은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꿈이 단순한 소원 성취나 억압된 경험의 부산물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우리의 삶을 보다 조화롭고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신호라는 뜻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내 꿈을 다시 살펴보자.
프로이트적 해석에 따르면, R이 나폴레옹의 꿈을 꾼 이유는 과거의 경험, 즉 중학교 참고서 표지에서 보았던 말을 탄 나폴레옹의 이미지와 물리학적 지식인 ‘마력’, 그리고 병원에서 우연히 읽은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이 결합된 결과다. 다시 말해, ‘꿈의 재료’가 ‘꿈 내용’으로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또한 “꿈은 소원 성취다”라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R은 이 꿈을 통해 억눌려 있던 성욕도 해소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꿈속의 ‘나폴레옹’과 ‘말’은 남성의 중요 부위를, 병사들은 정자를, 무성한 나무들은 여성의 몸을, 그리고 전투를 통한 고지 점령은 남녀 간의 사랑을 각각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융의 관점에서 이 꿈은 단순히 성적인 소원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꿈에서는 나 자신의 집단무의식적 요소들이 의식과의 진정한 통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융의 집단무의식에는 페르소나,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리고 자기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이 네 가지가 한꺼번에 꿈에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의식이 거의 마비된 정신병 환자들의 경우, 이러한 집단무의식의 요소들이 꿈속에서 동시에 나타나 활발히 작동할 수 있다. 나아가 낮에도 꿈을 꾸는 듯한 환상이나 환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신병의 한 양상이다(당시 R이 겪었던 바로 그 증상이다). 이제부터 R의 꿈에 나타난 이 네 가지 집단무의식의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