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기에는 간과하기 쉬운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법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말이 과하다고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지 스스로 설명해 보라.
과거 주변의 행정직 공무원 약 오십 명을 대상으로 독서 방식에 관한 간단한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했다. 대부분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책의 문장을 눈으로 보면서 속으로 발음하고, 그 뜻을 생각한다.”
이 방식은 매우 보편적이지만, 특별할 것은 없다. 문장에 등장하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속발음을 통해 정보로 변환한 뒤, 의미를 떠올리는 과정이다. 단어의 뜻이 이해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고, 이해되지 않으면 몇 차례 반복해서 읽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 물론 단어와 문장이 충분히 익숙한 경우에는 속발음을 최소화한 상태에서도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단어에 대한 이해력과 읽기 속도다. 책 속에 익숙한 단어가 많을수록 정보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그렇지 않을수록 독서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 차이가 바로 개인마다 다른 독서 능력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독서 능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독서 능력 = 단어 이해 능력 × 독서 속도
우리 인생에서 독서 능력만큼 중요한 인지 능력은 드물다.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치렀던 수능시험을 떠올려보라.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문제를 풀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려면, 문장을 빠르게 읽고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독서 능력이다. 독서 능력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수능에서 높은 성취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공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말이 있다. “독서를 잘하면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실제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확인해 온 경험적 사실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독서 능력이 인생 전반에서 중요한 이유다. 자녀의 독서 능력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최승필 저자의 『공부머리 독서법』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공무원 시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110분 안에 5과목 100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는 문제 하나당 평균 1분 남짓한 시간만이 주어진다는 뜻이며, 답안지 작성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짧다. 결국 수능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시험에서도 문장을 빠르게 읽고 정확히 이해하는 독서 능력이 합격 여부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생의 성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서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가장 쉽게 떠오르는 답은 ‘많은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책을 꾸준히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억지로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은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재미없는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을 보다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카사노바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했다. 독서에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 한, 지속적인 몰입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독서는 왜 재미가 없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독서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일반적인 독서 방식을 다시 떠올려보자. 문장을 눈으로 보고, 속으로 발음하며,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요소가 바로 속발음이다.
우리는 독서를 할 때 필연적으로 속발음을 동반한다. 일부 독서가들은 속발음을 제거해야 독서 속도와 능력이 향상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뇌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인간의 두뇌는 문자 정보를 곧바로 의미로 처리하지 못한다. 시각 정보는 음운 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의미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이 과정의 시작이 바로 속발음이다. 즉, 속발음은 독서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단계일 뿐 아니라, 오히려 이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속발음이 없다면 문장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뇌과학적 근거가 <그림 10-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