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값 100원인데 담아드릴까요?
20살 넘어 오늘 이 순간까지
편의점을 안 간 날이 더 적겠다.
환경보호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비닐봉지, 종이가방에
값을 매기더니
‘봉투값 100원인데 담아드릴까요?’란 멘트를 매번 듣는다
지금까지 수 십, 수 백번은 들었을 이 멘트가
문득, 오늘, 머리맡을 돌며 묘한 위화감을 전한다.
왜 봉투의 가격을 먼저 말할까?
자본주의사회라서?
언제나 중요한 건 물건의 ‘가격‘이니까
가장 중요한 정보를 먼저 말한 걸까?
아니면
손님의 자존심을 건드려 물건을 사게 하려는 의도일까?
‘봉투 값 100원(이나 하는)데 (구매 가능하시죠?)
담아드릴까요?‘
아니면 반대로
당신은 이 정도 능력은 되는 손님이니까
‘봉투값 100원(따위 쿨하게 쓰실 것 같은)데
담아드릴까요?‘라고 말하며 손님의 자존감을 높여
봉투값을 지불하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담아드릴까요?’로 시작할 때 겪었던
다양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려 했을지도.
‘손님, 담아 드릴까요?’
‘네.’
‘봉투값 100원입니다.’
‘네? 아... 그냥 들고 갈게요.‘
쉽게 돌아서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봉투값 100원이라는 말에
’아니 뭔 비닐봉지에 100원이나 받냐‘
‘진작 말하지 그랬냐’
‘언제부터 돈을 받았냐, 예전엔 안 받았다’
‘다른 데는 그냥 담아주던데요?’
머리가 지끈거린다.
역시 처음부터 봉투값 100원이라고 말하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