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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Jan 20. 2022

범인은 누구인가?

수사를 지원하는 경찰 데이터 분석

영화속 히어로들에겐 컴퓨터 앞의 조력자가 있다. 아이언맨에게 자비스, 킹스맨에겐 멀린, 베드맨에게 알프레드 들이다. 조력자는 모니터 앞에 서 있다. 거미줄같은 연결망, 마구 지나가는 단어들, 영상과 사진들을 보고 '누가 범인인지',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 '어느 번호를 연결해야 하는지'를 찾아낸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게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거나, 직접 처리하면서 상황을 전개시킨다. 


범죄분석은 경찰에게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역사는 오래 되었고, 그런 기대를 해왔다.

'프로파일링'은 개인의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을 가리킨다. (위키백과) 범죄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타겟 고객 선정'과 '구매 유도'를 위해 사용한다.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이 있다. 


출처 : 한국경제(경찰팀 리포트)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4032160851


연역적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물리적이고 행동적인 증거로부터 범죄자의 특성을 추론하는 것이다(Turvey, 2002). 범죄 현장의 머리카락과 정액 등의 물리적 증거를 보고, 범죄자의 피부색과 특정한 색의 두발을 가진 남자라고 연역할 것이다. 행동적 증거로부터는 범죄자의 일상활동과 성격 등을 추론한다(허경미, 2008)=>소개 블로그  귀납적 프로파일링이란 가시적인 사실들과 통계학적인 근거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추리해가는 방식이다. 범죄유형에 따른 행동 패턴의 특징을 분류해 두고, 분류에 근거해서 어떤 패턴의 범죄는 어떤 행동 특징이 있을것이다를 추정하는 접근법이다. 살인이라 하더라도 이욕, 분노, 성적욕구 등으로 세부 분류하고 그 유형에 따른 과거의 통계는 어땠는지, 그 범행을 저지른 범인 들은 어떤 유형이었는지 대조하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연역적 방식은 현장 수사관들이 주로 쓴다. 수집한 증거인 지문, DNA, CCTV 촬영영상 등으로 범인이 누구이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범행을 했는지 이야기를 만들며 찾아간다. 최근엔 휴대폰 메세지, 전화통화와 문자, sns 대화 내역, 인터넷 접속기록 등 정보가 많아졌다. 


그런 단서가 부족하면 귀납적 방법에도 의지한다. 경찰은 귀납적 방법을 위해 여러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 분석한다. 


가장 오래된 데이터베이스는 범죄수법데이터이다.  범죄수법분석은 상습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독특한 수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조할 정보는 범죄 수법에 대한 정보, 피해에 대한 정보, 범인에 대한 정보이다. 범죄에 대한 정보를 침입구, 범행수단, 현장특징, 장물의 처분경로 등을 수법 원지로 작성해서 보은다. 피해통보표는 상습범죄의 피해정보를 기록한다. 수법범죄자들을 유치장에 수감할 때 사진을 찍고 신체 특징을 기록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특정 수법 범죄가 발생하면 신체 특징과 범죄 특징을 대조해서 용의자 범위를 정하는 참고자료로 사용한다. 대장과 명부로 작성하던 전통있는 자료들이었다. 전산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라고 말하는 '범죄심리분석 전문 경찰관'은 주로 심리행동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범죄에서 활약한다. 연쇄살인, 강간, 방화 등이다. 그런 특징을 가진 범인을 면담해서 성장배경, 용모, 대화의 패턴, 행동의 특징을 기록한다. 과학적범죄분석시스템(Scientific Criminal Analysis System, SCAS)은 2005년경 만들어서 그동안 면담한 중요 범인 3300여건(2016년 기준) 심리면담 자료들을 저장했다.  프로파일러들은 비슷한 범행이 발생하면 이런 자료를 활용해서 벙인상(像)을 구상한다. 


프로파일러들이 범인상을 구성하는 방식은 SCAS의 면담기록과 과학수사경찰들의 현장감식일지, 수사경찰이 입력한 범죄사실을 모아서 범죄의 일시 장소, 피해자의 피해 상황들을 최대한 자세히 분류한다. 그리고 그 당시 범죄들의 특징별로 범인들의 특징을 유형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2018년 우리 센터에서 지원한 사건이 있었다. 경기 오산시 인근 야산에서 남성 10대 후반으로 추정하는 백골이 나왔다. 두개골 부분에 함몰이 있다는 것 외에는 인적사항이나 수사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우리 센터의 분석관들은 야외에서 시신을 발견한 과거 10년간 살인사건 124건을 분석해서 비슷한 사건을 대조했다.

분석 결과 '야외에서 발견한, 남성 10~20대가, 둔기로 맞아, 사망한 사건'은 '10~20대의 남성이, 이욕 때문에, 살해하고, 도시권의 경우 5km' 이내에서 발생할 사건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냈다.  우리는 수사팀에 '5km 이내 가출청소년 집단이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사결과 그 분석은 일치했다. (관련 보도)

요인별 확률 분석 (출처 2019년 스마트치안지능센터 연구)

2016년부터는 이 자료들의 분류 방법을 전산화 하고, 수사시스템의 데이터들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비슷한 특징의 범행을 패턴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경찰청에서 국가 r&d로 개발한 'clue(Crime Layout Understanding Engine)'이라는 명칭이 대표적인 개발 시도이다. 이 기술은 살인, 성범죄, 절도 등 범죄를 데이터 베이스로 해서 범죄수법 특징으로 범인 유형을 찾아내려고 만들었다. 예를 들어 수사관은 쫓은 범위의 특징을 입력한다. 범행일시는 금요일 밤 10시, 범죄지역은 도시의 주거지역 다세대주택, 침입구는 창문, 피해품은 노트북 등을 선택한다.  그리고 대조하려는 기간을 선택하면 1~100위까지 특징이 비슷한 용의자 군을 보여주는 식이다.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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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도가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느 정도 쓰일까?  '수사관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정도'인 듯하다. 분석 자료로 수사방향이 크게 바뀌고, 아무것도 없는 미지의 상태에서 큰 단서로 사용하는 일은 드물다.  영화처럼 '해답'을 바로 알여주는 일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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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들은 귀납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연역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위 오산 사건에서도 수사팀은 우리의 의견을 참고했을 뿐, 실제 단서는 시신의 옆에서 발견한 악세사리로 찾았다. 그 악세사리를 착용한 사진이 가출청소년의 sns에 등장했는지 수백, 수천장의 사진을 둘러보며 찾았다.  게다가 강절도,성범죄등 강력범죄들이 줄고 지능경제범죄와 사이버범죄가 늘고 있다. 현장에 남아있는 물리적 특징이나 신체특징으로 넓게 범위를 설정하는 방식이 효용이 줄고 있다. 형사들은 CCTV와 DNA라는 강력한 개인식별정보를 확보해서 그것을 토대로 인적사항을 밝혀내는 방식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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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분류하는 기본 연구, 자료들이 아직 충분하지 못했다. 위 오산 사건처럼 '야외 발견, 10대 살인, 둔기 타격 원인'이라고 하면 이 원인으로 기존 데이터가 자동 정리해서 추출되고, 그 데이터에서 다시 데이터에 따라, '10대 89%', '이욕 목적 95%', '5km 이내 거주 88%'라고 답이 나오는게 아니다. 그런 분류를 사람의 판단으로 시도해야 한다. 이런 범죄 분류는 범죄 데이터 분석의 중요한 기초자료인데, 이는 범죄에 대한 통찰과 기존 자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미국 FBI 범죄분류매뉴얼이 대표적이다.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우리 나라도 그런 작업을 해야한다. 2016년 그런 작업을 해봤다. 이후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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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범죄유형을 자동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난망하다. 경찰은 범죄상황을 글로써 기록해서 전산에 입력한다. 입력한 정보를 통해 유형화를 해야 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눈으로 읽고, '이것은 돈을 이유로 한 살인' '이것은 질투심 때문에 죽임', '이 사건은 묻지마 살인'으로 분류한다. 이것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한다는 건 아직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AI와 빅데이터 시대라지만, 해당 분야의 데이터들을 경찰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글자와 맞춤법을 배우고, 경찰들이 기본 수사 지식을 배우듯, 컴퓨터에도 그런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그것이 아직 2017년의 결과물이 아직 실용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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