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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Feb 25. 2023

금오산-꼿꼿한 산, 기대보단 힙한 도시

산 100개 오르기

산에 가는 걸 좋아한다.

건강한 취미이고, 기분을 정돈해준다.

함께 가는 이들과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낸다.

가장 자주 산에 함께 가는 친구, L과 K와 구미 금오산을 갔다.

둘은 '명산 100' 도전 중이다. 수도권, 강원, 충청은 거의 올랐고, 이제 남부권을 남겨두고 있다.


목적지인 구미역은 KTX가 서지 않아 새마을호-ITX를 탔다.

친구들은 서울역, 난 수원역에서 기차를 탔다. 목적지인 구미역까지 새마을호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구미역에서 금오산 등산로 주차장까지는 택시로 5400원 정도, 15분 정도 걸렸다.


구미는 처음 찾는 도시이다. 금오산이 있는 곳, 박정희의 고향, 금오공고 정도가 머리 속에 있는 정보

구미역에서 금오산을 가는 택시안에서 바깥을 보는 풍경은 깨끗하고 젊은 도시였다.

지나는 청년들도 젊고 예뻤으며 거리의 가게들도 세련되고 '힙'했다.


금오산을 가는 길에 박정희의 황금색 동상이 있었다.


금오산에 대해 정보를 찾지 않고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높고 바위가 우락부락했으며 산이 꼿꼿했다.

젊고 건강한 지역의 인상 답게 산을 찾는 이들도 많고 활기찼다.

등산로 중턱 쯤 '자연보호 운동의 시초'라는 게시판이 있었다.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이 깨진 유리를 주운 곳이며 그때부터 전국에 자연보호 운동이 퍼졌다나.

'위인의 전설'을 소개하는 느낌이라 어색했다.

산 아래턱엔 화장실 등을 잘 정비해 둔 것을 보니 금오산에 쏟는 자원이 만만치 않은 듯 했다.

정상 바로 아래쯤에 돌 계단을 만들고 초록색 난간을 설치한 건 다소 아쉬웠다. '투머치'한 듯.


2시간 쉬지 않고 올라 정상에 올라섰다. 900미터가 넘는 산, 구미를 내려다보는 높은 전망 덕택에 눈이 시원했다. 오늘은 간만에 미세먼지 좋은 날, 바람도 적고 남쪽 답게 2월이지만 따뜻했다.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고 가져온 간식과 커피를 마시며 땀을 식혔다.

동영상을 찍어 SNS를 하려는 듯한 젊은이들을 보며 흐뭇한 삼촌 미소를 지었다

.

올라갈 땐 과묵했지만, 내려가며 얘기들을 나눴다. 이런 시간이 좋아서 함께 산을 간다.

내려와 산 밑에서 '등산로 식당 거리' 느낌의 식당 중, 눈썰미 고수 L이 선택한 식당을 골라 저녁을 먹었다.

두루치기, 두부김치, 오징어볶음, 해물파전, 세 사람이 안주 4접시와 막걸리 3병. 술안마시는 나는 탄산수를 마셨다. 친구들이 고른 막걸리는 은자골 생탁가 괜찮았던 듯.


기차 시간 놓칠까 초조하게 택시 불러, 새마을 호에 올라탔다.

아저씨들의 주말 여행은 이 정도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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