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쓰파인더 Jan 18. 2022

공공기관에서의 오너쉽

데이터 분석과 기술 개발에 대한 책임감과 소유욕

공공기관, 경찰은 인사 주기가 빠르다. 경찰은 1년 주기로 인사한다. 

일을 알만하면 옮긴다. 연구조직으로서는 심난한다. 개인이 연구하는 부서라면 또 모른다. 논문과 연구 보고서 같은 인쇄물이 공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전부이니 그 지점에서 이어받으면 된다. 우리 부서는 미완성의 진행 산출물을 나누고 이어받아야 한다. 기존 경찰 조직에서 해오던 일이 아니니 누구든 오자마자 멘붕을 겪는다. 연구는 한 칸 한 칸 쌓아가는 것이다. 정책연구는 논문으로 한 칸을 쌓고, 데이터 분석 부서는 데이터 수집과 처리 기술, 보여주는 시각화, 서비스하는 프로그래밍의 여러 칸을 집처럼 지어간다. 

.

인사이동 시기에 부서장으로서 나의 멘붕을 적고 있다. 일을 익힌 사람이 떠난다. 잘해주는 사람일수록 떠나보내는 상실감이 크다. 예전 상사는 그런 우리의 흔들림에 대해 '경찰 조직은 누가 떠나고 오더라도 변함없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부서여야 한다'라고 질책했다. 난 아직도 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안정성'이 데이터 분석 연구조직에 가당키나 한 말인지 모르겠다. 

.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 R&D는 대부분 3년 주기이다. 4년, 5년짜리도 수두룩하다. 1년으로는 '연구 개발 설계'정도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2년쯤 되어야 본격 연구를 작동하고 3년째에야 내세울 수 있는 성과가 나온다. 그 성과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실험실 수준의 결과물'이다. 경찰이나 시민이 사용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다시 투자하고 시간을 들여 시행착오를 교정하고 성능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술성숙도 단계(출처 : https://blog.acronym.co.kr/518)

.

데이터 분석 개발에는 긴 시긴이 필요하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 공공 기관의 업무 주기에 맞지 않는다. 1년 짧아도 2년 머물다가 떠날 조직에서 어찌 3년 넘을 계획을 세우는가? 누가 그 일을 마무리하리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나? 그런데, 나는 그 계획을 세우고 중간쯤 와버렸다. 실은 예전 부서에서도 그랬다. '원하는 변화를 추구하려면 4~5년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통상 1~2년마다 자리를 옮겨가는 관행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주변에서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기서도 벌써 4년째이다. 이곳에서는 더더욱 기반이 없었기에 긴 시간을 들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떠나는 이들을 보면서 조바심을 안 느껴야 하는데 하면서도 '일'과 '개인'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

민간 기업에서야 오너와 주주가 의사 결정하지만, 공공 조직의 의사결정은 기관장에 있고, 부서장들은 기관장의 의사결정에 터 잡아 그 일부분을 짧게 행사한다. 연구기관의 특수성이 있고 내가 아무리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거의 해왔다고 하지만, 이 기관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오너가 아니다. 우리 센터가 계속 발전하던 혹은 목표와 자원을 잃고 해체되던 내 몫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각오였다면 그 일을 여기까지 끌어올 수도 엇었다. 지난 3년 동안 국가 r&d 나 기금 사업에 참여하면서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아슬아슬한 일이 숱하게 많았다. 지금도 그 과정이다.  '퇴직할 때까지 이 일을 키우며 배워야지, 그다음 일은 길이 만들어지는 대로 가자'라고 했던 처음의 각오 때문에 여기 까지 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 각오와 강한 이끌어감이 나 스스로와 센터원에게 좋은 것이 확신은 없다. 대안도 모르겠다.

.

적당한 오너쉽과 적당한 선 을 지키고 싶다. '이 일이 내 것이냐, 회사의 것이지', '이거 잘한다고 내 것이 되냐, 그냥 지나가고 말 일이지'는 지당한 냉소를 내면화하고 싶다. '일이 안되더라도 누구의 책임도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사업을 따내서 센터의 자원을 늘린다 해도, 일거리만 많아지니 도전하지 말자'라고 힘 빼고 싶다. 

.

그렇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눈 양쪽을 가린 경주마처럼 


작가의 이전글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