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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Jun 06. 2023

설악산 공룡능선 등산

설악산에 갔다.

05시 소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단정하고 오랜 시간을 지켜온 신흥사 절을 지나, 3킬로를 걷는 비선대에 다다른게 6시

비선대까지는 느긋한 산속 산책길이었다. 계곡 전망대에서 주먹밥 두 입과 발목 통증을 걱정하는 진통제를 먹었다.

마등령까지는 3.5킬로, 급한 오르막이었다. 공룡능선을 작게 순환하는 코스는 마등령까지 빠르게 올가가서 그 높이에서 공룡 능선의 뾰족한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는 길이다.

마등령을 올라가는 길목에서 시야가 트인 곳마다 감탄했다. 설악산의 봉우리들은 다른 산들과 전혀 다른 풍광이다. 칼날과 창끝같은 봉우리들이 첩첩이 이어져있다. 봄 한창이라 초록잎들이 살풍경한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다.


9시 발목 아플까 걱정했으나, 마등령을 무사히 올랐다. 마등령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설악산에서 동물들을 많이 만났다. 다람쥐는 한 30마리쯤? 뱀도 한마리, 벗어놓은 뱀의 허물도 한 개 봤다.


9시30분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에 들어섰다. 이름높은 그곳, 많이 긴장했다. 다행히 너무 길지도 너무 거칠지도 않았다. 5개 정도의 큰 봉우리를 오르거나 정상 인근에서 우회하며 4시간30분 걸렸다.  

14시 30분 쯤, 희운각 대피소를 바라보이는 갈림길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왔다.


5킬로 정도의 천불동 계곡길은 아래로 내려올 수록 아름다웠다. 설악산의 물들이 모여 폭포로 깎고 웅덩이로 휘몰아 흘렀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얼굴과 머리를 씻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비선대로 하산한 시간은 약 17시 30분, 소공원 주차장에는 18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총 거리 약 20킬로, 걸린 시간은 13시간.

도시락으로 김밥, 주먹밥, 소세지 등을 가져갔다. 물은 생수 3병, 음료수 1병을 챙겼는데, 내리막 중간에 떨어져 양폭 휴게소에서 생수 1병을 더 샀다.

  

만만치 않은 산길이었지만, 각오했던 것보단 편했다. 1994년 설악산에서 올랐을 때가 설악에 대한 첫 인상인데 엄청 고생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2학년 때였고, 산악부 동문들 10여명과 2박3일 산행했다. 선배들이 짠 코스에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어디로 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도에서 또 한밤중에 한참을 들어가, 산 밑에서 텐트치고 잤다. 물이 없어 고생스럽고 긴 길끝 저녁 무렵 희운각에 도착했다.  산악부는 후배들이 짐을 무겁게 져야 했는데, 1학년보단 나았지만, 힘겨웠다. 작년보단 덜 하는데 무지 힘들다. 이제 죽겠다 싶을 때 도착한 여정이라, 경치의 감동보단 고생을 끝났다는 안도감이 남아 있다. 그 길을 공룡능선이라 생각했는데,  한계령 코스였던 듯 하다.  

(https://www.knps.or.kr/front/portal/visit/visitCourseSubMain.do?parkId=120400&parkNavGb=epil&menuNo=7020093)


지금 코스를 읽어보니, 공룡능선보다는 서북 능선이 더 힘든듯 하다. 공룡능선은 힘들고 위험한 산행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1994년보다 근 29년을 지나서도 무사히 다녀온 것에 감사하다. 짐의 무게가 적당하고 체력에 맞는 코스로 마무리 하니 산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었다. 예전엔 몰랐다. 분명히 설악산 와봤는데,, 이 정도였단 말인가? 느낀 날이었다.


자주 가는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산세가 느긋하다. 설악은 산도 크지만 기세가 찌를듯하다. 한국의 산이 다 고만고만 비슷하지 뭐 라는 무지를 깨우치며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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