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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Jun 15. 2023

치안데이터 연구개발을 끝내는 고민

시행착오와 미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졸업할 것인가?

어제 서울대에서 00교수님 등 두 분과 회의를 나와 허기와 탈력감을 느꼈다.

교수님들과의 대화는 다음 일을 도모할 기대를 갖게 했지만, 내가 해야할 과제들간 자원 조정과 데이터 수급, 실무 연구자 배정 등을 해야 한다.

이 정도 일은 일상이고, 정서적으로도 원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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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을 처리하거나 준비해야 했다.

크게 4가지쯤 일을 하는데,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숙제들이 만만치찮게 몰려있었다.

1.보이스피싱 등 대응 기술 개발의 중간 점검과 직접 분석에 좀더 집중하기.

2.현재 운영하는 악성앱 대응 앱 <시티즌코난> 고도화 기획과 쟁점 정리

3.직접 추진하는 치안데이터 연구개발 사업의 데이터, 예산 확보, 성과 창출과 협업 조성

4.연구소 고참 경찰로서 세미나, 행정, 문서 작성 조력 등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배우는 보람, 성취감도 있지만, 부담도 크고 쟁점도 많다.


막힌 부분을 해소하기 쉽지 않고, 몰린 일이 쌓여 풀리지 않으면 '내가 이걸 왜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계급정년 퇴직이 3년도 채 안남았고, 3년 후 무얼 할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명예퇴직 신청해서 총경 퇴직과 퇴직 금을 챙겨서 휴식하거나 재취업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생각하다 보면, 돌고 돌아 '지금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미련? 낭만? 투지? 민폐일까?'를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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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쯤부터 경찰청 범죄분석기획담당으로 치안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일을 만들어보았는데 그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 다음 인사 신청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하던 일을 계속 하는게 마음의 평화를 얻지 않을까 생각하고 서울 시내 경찰서 보다는 치안정책연구소를 신청했다. 그 결정을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셈이다.

2018년부터 연구소의 데이터 분석 연구 조직이나 장비, 인력, 사업을 신청해서 꾸려나가고 있다. 경찰청 시절부터는 8년, 연구소 이후 6년째인데 내 개인의 데이터 분석 역량, 사업의 성과, 함께 하는 동료들의 만족도 등을 대해선 미안하고 민망하다.


새로운 과제를 신청할 때마다 이 일을 마치면 실력이 늘고 성과가 있겠지 생각했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더라. 부족한 부분을 느끼게 되면 그것을 채우고자, 또 다른 과제를 신청한다. 자원이나 데이터가 조금씩 늘어나지만 그것을 다룰 능숙한 개술이나 필요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진 못한다.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마무리 방식도 생각할 시기다.


범죄가 디지털전환한 만큼 경찰이 디지털 전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조직과 기술이 부족하다. 직접 실력을 키우고 협업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경찰과 다른 공공기관(금융,통신,복지,지자체 등), 연구기관, 기업(수익을 거둬서 서비스를 유지)의 역할이 이어져야 함을 느낀다. 

경찰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연구기관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경찰과 공공은 그것을 활용해 보완하고, 민간 조직이 적정 수익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 체제를 마련줘야 한다. 직접 모든 것을 만들수 없다. 협업도 역량이다. 하나의 시스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많은 주체가 협력하는 것인데, 협업을 조성하고 성과를 높히는 것은 경험과 기술적 역량,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일을 경찰청이 아닌 경찰 내 연구소로서 작은 순환체제를 만들고 있지만 길을 뚫어가는 느낌이다. 언젠가 길을 만들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져 계속 다닐까? 아마도 다니지 않는 길이 되어 다시 황무지가 될것인가? 남은 시간이 짧다.


남은 시간 동안 그 뼈대를 만들고 퇴직할 수 있을까? 반복한 경험 중에 성공이라 자신할게 없으니, 앞날도 비슷하리라 싶다.


그렇다면 이것은 미련이고, 학교나 기업으로 옮겨 남은 시간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할까?

30년 해볼만한 시도를 했다고 마감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할 것인가?

50대의 조기 은퇴자로서 안빈낙도할 것인가?


점차 '미련'을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좋은 시도가 꼭 남지 않아도 되고, 활용하지 않은 시행착오일지언정 그 경험의 산물이 나였다고 생각하면 그것이야 말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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