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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Jun 20. 2023

당신은 경찰에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동서대학교 황정용 교수님의 따뜻한 경찰 라떼

황정용 교수님의 <당신은 경찰하기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황교수님은 부산 동서대에서 경찰을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신다. 같은 대학을 졸업하셨는데 학창시절이나 근무를 함께 하진 않아 알지 못하다가, 최근 학회에서 만나 알아가고 있다.

<당신은 경찰에 어울리는 사람입니다>은 크게 3부분이다. 첫째 경찰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경찰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저자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경찰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외향적이거나 육체적으로 강하지 않아도 된다. 경찰엔 여러 부서가 있다. 다양한 일들이 원하는 자질과 성향도 다양하다. 


둘째, 경찰이 이렇게 발전하길 바라는 제언이다. 연구한 내용을 독자들이 알기 쉬운 글로 소개한다. 경찰의 총기사용은 즉각적인 판단의 결과이기에 꾸준한 훈련을 하고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경찰 교육은 현장에 바로 적용할 실용적 내용으로 구상해야 한다. VR 등 과학 기술을 활용한 교육도 대안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112신고와 수사과정에서 도움을 받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경찰 조직문화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 저자가 전직 경찰로서 연구자로서 소견이다.


셋째, 경찰로서 경험담이다. 공항경비대에서 911를 맞아 대테러 훈련에 매진한 것, 여성청소년 업무를 하며 대형 패싸움을 막은 일, 112상황팀장으로서 납치사건을 해결한 지령 과정을 때론 긴박하게 때론 부드러운 시선으로 풀어주었다. 인천 초등생살인사건, 인천 모자살인사건 등 무거운 사건도 한 가운데서 겪었던 심정과 함께 소개했다.


소위 '후일담'이 주를 이루는 '라떼는 말이야'의 글인데, 시선이 따뚯하다. 학생들을 주 독자로 상정하셔서 교수님의 가르침이 느껴진다. '~~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고압적이기 쉽다. 저자는 경찰의 어려운 현실, 당위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여건을 잘 알기에 개선 촉구가 공허하지 않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글임에도 읽기를 자주 멈췄다.  남아있는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글에 어떤 점은 내가 겪은 힘든 일이 떠올랐고, 어떤 글에서는 나의 부끄러움에 회한이 들었다. 저자는 경찰을 떠난 타자이지만 난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더라. 감정이 남아있다. 


집나간 아이를 찾아서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낸 이야기, 긴장한 순간에 동료들을 끌어모아 사건들을 해결한 이야기에서 '나도 저러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저자보다 경찰생활을 많이 했고, 아직도 현직이지만 진한 보람으로 느껴지는 순간 별로 없다. 혼자 끙끙대로 결국 후회를 남았던 순간들이 많다.


경찰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일이다. 난 과연 그런 성정이었나, 경찰대학 입학 후 30년이 지나서야 나의 성정은 그러했나를 생각한다. 허참나 원 이제서야. 연구개발부서에 와서야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들과 대화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경찰일에서 반쯤 벗어나서야 뒤늦게 배우는 셈이다.


기관 구성원으로서 경찰은 자칫 자갑고 엄격하지만, 사건을, 문화를 함께 하는 구성원이라는 감각이 우리를 같은 경찰, 넓은 의미의 경찰 경험자로 받아들인다. 저자가 소개한 2017년 초등생 살인사건이 그렇다. 당시 경찰청 부서에 있었는데, 사건 내용을 정리해 보고해야 했다. 알게 되는 정보들, 진행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런 순간을 마주하는 동료들을 존경한다. 


그런 존중으로 쌓아올린 '경찰 동료'는 다른 말을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외근하다가 '폴넷 결재'하달라고 동료들이 요청하면 가까운 경찰관서 찾아간다. 문앞에서 '직원입니다. 내부망좀..'라고 말한다.  '직원'이라니, '내부망'이라니, 이렇게 '보편적 은어'를 통용하는 조직이라니. 예전 새벽 2시쯤 계 분석 보고서를 쓰다가 '이 경찰서는 왜 통계가 이렇게 나오지? 내일 아침 보고해야 하는데 어쩌나' 하다가, 2시에 경찰서 상황실에 전화했다. 세상에 그 시간에 서로 모르는 사람이 사무실 전화해도 대화가 가능한 조직이라니.


일평생 경찰로 살다가 죽는 건 아니지만, 30년 넘게 보낸 시간은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나를 이루는 좋은 부분이 경찰에서 얻었으리라.  경찰하기 좋은 사람들이 좋은 경찰을 하고 떠나서도 좋은 사람들로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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